우리 대학인의 일상 또한 대학 밖의 이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이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의 노동은 특이하게도 최대의 노력으로 최소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일치되어야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어 있다. 많은 수고만큼 큰 성취가 어려운 특수 노동의 양과 질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대학인은 대학에서 자기가 맡은 일이 무엇인지 개인의 양심과 공동체 윤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교수는 지식 생산 활동인 ‘연구’와 그 생산의 결과를 학생에게 전수하는 ‘교육’에 대부분의 시간과 정력을 투자
무술년(戊戌年)이다. 12년만에 돌아오는 개띠 해이자, 60년만의 황금개띠해이기도 하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곧게 흐르면서도, 순환 반복한다. 자연의 현상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순환형 시간관을 사용해온 한자문화권에서는 하늘에 해당하는 10간(干)과 땅에 해당하는 12지(支)를 조합하여 60년을 한 주기로 삼았다. 10간의 중간인 무는 오행으로 보자면 토행(土行)으로서 황색에 해당한다. 한편 고대 중국에서는 주변 문화권의 관습을 받아들여 12지를 12동물에 비정하여 띠동물로 삼았다. 금년은 무술년이기 때문에 무가 곧 황색이요, 술이
문재인 정부의 1호 정책인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난관에 부딪혔다. ‘기회의 평등’, ‘정당한 차별’이라는 담론 앞에서 말이다. 누구나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과도한 임금 격차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반면 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가 자신의 조직에서 이루어질 경우에는 반발한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던 임용시험 준비생 집회가 그 예다. 하지만 그런 반발을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경비 절감을 위해 간접 고용과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하도록 만든 사회 구조에 있다.지난해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참 잘 되었지. 그냥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 사람이나 어디 남아 있겠나.”1893년 11월에 봉기를 모의하며 썼던 사발통문 서문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이 통문은 동학 농민군의 봉기를 알리는 첫 번째 통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통문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75년 후 1968년 12월 전라북도 정읍시 고부면 송준섭의 집 마루 밑에 묻혀 있던 족보 속에서 발견되었다.당시 고부 서부면 죽산리 송두호 집에 발의된 그 내용은 전봉준을 비롯한 동학 간부 20명이 서명한 것으로써,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
우리나라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2007년에 5.5%에서 2016년에 2.6%로 둔화되었으며, 이러한 저성장 구조는 2012년부터 지속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실질GDP성장률의 지출항목별 기여도 측면에서 비교해 2007년과 2016년을 각각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2.7%에서 1.2%로, 정부소비 0.8%에서 0.6%로, 총자본형성은 1.5%에서 1.5%로, 수출은 4.7%에서 1.0%로 수입은 -4.2%에서 -1.7% 포인트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의 실질GDP성장률 기여도는 2007년보다 2016년에 3.7%나 감
2003년 봄부터 ‘인문대 1호관’ 건물 철거에 대한 학내의 논쟁은 뜨거웠다.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대학본부와 구성원간의 활발한 토론의 결과 철거하지 않고 보존을 택하게 되었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뜻깊은 결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문화재청으로부터 전남대학교 최초 건물이라는 역사성을 인정받아 2004년 9월 4일에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96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사회대 앞 정원에는 중앙도서관 용도로 ‘금호각’을 지었다. 아마도 풍수지리상으로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다는 ‘용주마을’의 뒤쪽 구릉에 위치해서 용의 머리이니 여기에서
홀로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 비장애인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어떨까? 장애를 가지고 있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애인은 대부분 보호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곁에는 항상 보호자가 있다.필자는 초등학생 때 등하교를 하며 아파트 단지 안에서 또래의 발달장애인을 마주친 적이 있다. 항상 어머니와 함께 다니던 그 친구는 어머니가 이웃과 대화하는 사이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녔다. 어머니는 매일 그 친구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세월이 흘렀고 그 친구도 어른이 됐다. 그의 곁엔 여전히 어머니가 함께 있다.
“간호사가 됐을 때 나도 태움 당하면 어떡하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가 얼마 전 털어놓은 고민이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간호사 간 괴롭힘을 지칭하는 은어다. 최근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강제적인 장기자랑 논란을 계기로 의료계 내 폭력 사례들이 폭로되고 있다.권력 서열에 따라 폭력이 대물림되는 행태는 비단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포털의 순위를 뜨겁게 달군 ‘한샘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각종 프랜차이즈 업주들의 갑질 그리고 전남대 미술학과 회장의 공금 유용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각종 ‘갑질’
2014년 7월, 약 3년전 ‘비트코인(BitCoin)’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암호화폐는 안정적인 화폐가 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세상에 등장했으며, 2010년 5월 18일 피자 2판에 1만 비트코인을 사용한 것이 알려진 최초 실물 거래다. 당시 비트코인은 내게 굉장히 이상적인 화폐로 다가왔고, 나의 구매욕구를 자극시켰다. 당시 1비트코인의 가격은 50만원대였다.최근 암호화폐가 재테크 상품으로 급물살을 타
‘도를 아십니까?’ 한국사회 성인이라면 누구나 길거리에서 한번쯤은 만났을 질문이다. 설령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 말이 가진 맥락을 바로 이해할 정도로 된다. 지금은 희화화 되어버린 표현이지만, 실제로 예전에 정체모를 특정 종교단체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접근하며 던진 질문이었다. 가끔 이 질문은 ‘인상이 좋으시네요’ 혹은 ‘걱정이 많은 얼굴이네요’ 등으로 변주되기도 했다. 그런데 시절이 바뀌면서 이런 유사종교단체들의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설문조사나 심리검사 같은 고전적 수법부터 봉사활동, 해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유인하거나, 이제는
예로부터 용봉캠퍼스는 명당이라고 소문났다. 사회과학대학과 인문대학을 거쳐 학생회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언덕은 용주(龍珠)와 반룡(盤龍) 마을을 휘감고 있어 반룡희주(盤龍戱珠)형 명당이라 전해왔다. 특히 사회대와 인문대 건물 자리가 그냥 보통 명당자리가 아닌 세 명의 재상과 천 명의 문인, 만 명의 무인을 배출하는 천하의 명당이라는 것이다.그동안 용봉동이라는 지명을 활용해서 ‘용비’와 ‘봉비’라는 캐릭터와 봉지, 용봉탑의 정상에 봉황을 만드는 등 ‘용’과 ‘봉황’을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 왔다. 하지만 용봉동의 지명 유래를 생각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데려갈 거야어쩌면 꽃들이 아름다움으로너의 가슴을 채울지 몰라어쩌면 희망이 너의 눈물을영원히 닦아 없애 줄 거야그리고 무엇보다도,침묵이 너를 강하게 만들거야.시집 중에서 시집의 제목으로 인용된 댄 조지의 ‘어쩌면’이라는 시이다. 화자는 별, 꽃을 바라보며 힘든 일을 잊고 조용히 생각하다보면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중간고사, 많은 과제들로 지친 하루에 높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다. 그 순간에는 고민하고 있던 것들은 잊고 “아름
대학 사회에 의문을 품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나는 겁쟁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 몇 가지 대학 제도에 의문이 들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잉글리쉬’ 제도가 그 예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지난 2014년 재학생들의 취업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동일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기준의 학점이 부여된다는 것.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학생들을 외부 교육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민주적인 글커잉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이 사례에서 볼 수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단과대 선거 일정을 취재하려고 연락을 돌리던 중 경영대 차례였다. 경영학부 비상대책위원회원에게서 ‘학생들의 투표 참여율이 낮아 선거 일정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생회 선거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폐지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말이다. 예술대 단과대 선거관리위원회는 도중에 모두가 사퇴했다. 선거 공고는 났으나 후보자가 없어 무산된 자연대와 달리 두 단과대에서는 선거가 아예 치러지지 않는다.선거는 각자 사정에 맞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다. 학생회는 선거
아재 인증 해보자.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큰 축으로, 그때까지 반신반의했던 전 국민에게 처음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대중문화로 알려 큰 성공을 거두었던 작품이다. 당시 귀가 시계로 불릴 정도로 워낙 화제였지만, 광주에서는 유선 방송이 나오는 친구 집에 모여 깡패들의 액션 장면을 기대하며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이 드라마로 적자에 허덕이던 신생 민영방송이 자리를 잡았다는 둥, 왜 같은 전라도 출신인데 주연 배우는 서울말을 쓰고 깡패만 전
선진국을 모델로 삼았다. 우리가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기준을 OECD로 상정하고, 우리나라의 여러 상황을 그것에 견주어보았다. 대학 전체도 물론이거니와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업에 관한 학생들의 놀라운 열정, 교수와 학생간의 열의 깊은 대화, 그 배경으로 보이는 훌륭한 건물들과 아름다운 캠퍼스 등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반드시 될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미래였다. 실제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교수는 확충되었고, 새 건물이 지어지거나 리모델링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진행되는 상황이
※ 대학역사연구회는 우리 대학 직원 15명이 모여 5년 째 교정 내 역사문화재나 기념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회이다.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메타세쿼이아가 우리 대학 교정에서 자란다니… 천연기념물로라도 지정해야 할 일인데 어찌 된 일인지 조용하기만 하다. 치과대학병원 앞에 하늘 높이 치솟은 늠름한 자태의 나무. 뿌리 주변이 온통 아스팔트로 뒤덮여 나무가 잘 자랄까 걱정이다.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정하도씨(광주에서 양묘장 경영)가 일본에서 묘목 10여 그루를 어렵게 들여와서 그 가운데 3그루를 우리 대학에 학술연구용으로 기증했다. 1
"우리는 모두 김지영이다." 의 한줄 평이다. 누군가에겐 '격한 공감'을 일으키지만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 아닐까.의 김지영은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 김지영과 언니 김은영은 어렸을 적 짝짝이 젓가락을 사용하고, 그들의 내복 상하의는 서로 다르고, 동그랑땡 남은 조각을 먹는다. 그러나 남동생은 항상 갓지은 밥을 먹고 이불도 혼자 덮고 우산도 혼자 쓴다.국민학교에 다니게 된 김지영의 선생님은 짝꿍에게 놀림을 받은 김지영에게 "원래 남자애들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장난치더라. 짝꿍이 지영
부끄럽다. 타 대학이 단톡방 성희롱 문제로 논란이 될 때에도, 선정적인 현수막을 내걸어 선정성 논란이 일었을 때도 우리 대학은 그럴 일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경영대 축제 주막 메뉴판 속 문구들은 내 믿음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믿을 수가 없었다. 차마 기사에 쓰기도 낯 뜨거운 말들이 메뉴 소개랍시고 즐비해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대학생의 특권이라고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기본적인 상식선이 있다. 이 선을 지키지 못한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성인의 요람인 대학에서 이런 사태가 불거졌다는 점이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마라.” 서울대 최종훈 교수(실제 성명은 최종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명언은 SNS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명언짤(짤은 사진을 일컫음)로 봤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을 것이다. 나 또한 곧잘 이 명언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이 명언을 활용하는 때는 할까 말까로 고민할 때이다.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에 놓인다. 하지만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