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타 대학이 단톡방 성희롱 문제로 논란이 될 때에도, 선정적인 현수막을 내걸어 선정성 논란이 일었을 때도 우리 대학은 그럴 일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경영대 축제 주막 메뉴판 속 문구들은 내 믿음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차마 기사에 쓰기도 낯 뜨거운 말들이 메뉴 소개랍시고 즐비해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대학생의 특권이라고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기본적인 상식선이 있다. 이 선을 지키지 못한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성인의 요람인 대학에서 이런 사태가 불거졌다는 점이 참으로 씁쓸하다. 매년 반복되는 대학 축제 선정성 논란들, 메뉴판 속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를 보고 있자면 대학생 성 의식 문제가 아직도 멀고 험한 기로에 놓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오지심.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수오지심의 본질은 ‘부끄러움’이며 사회 질서 유지는 각자가 부끄러움을 아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보통 남의 잘못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은 갖기 쉬우나 나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오히려 변명과 핑계로서 자기 잘못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사회구성원 각자가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책임질 줄 아는 마음이 건강한 사회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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