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 한국사회 성인이라면 누구나 길거리에서 한번쯤은 만났을 질문이다. 설령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 말이 가진 맥락을 바로 이해할 정도로 된다. 지금은 희화화 되어버린 표현이지만, 실제로 예전에 정체모를 특정 종교단체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접근하며 던진 질문이었다. 가끔 이 질문은 ‘인상이 좋으시네요’ 혹은 ‘걱정이 많은 얼굴이네요’ 등으로 변주되기도 했다. 그런데 시절이 바뀌면서 이런 유사종교단체들의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설문조사나 심리검사 같은 고전적 수법부터 봉사활동, 해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유인하거나, 이제는 전대신문, 인터넷언론 기자까지 사칭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지난 달 30일 본교 총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종교분과에서 ‘2017년 유사종교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의 목적은, 학내 피해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유사종교 포교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유사종교’라는 말로 포괄되었지만, 전남대 학우라면 누구라도 금방 ‘신천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이 종교단체에 의한 학생들의 피해도 일상적이라는 말일 것이다.

‘동연’이 이렇듯 유사종교 포교활동에 적극 대처하고 나선 것은 직접적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학내 조직이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2004년은 ‘동연’의 흑역사로 기억된다. 신천지 신도들이 ‘동연’의 회장단을 접수하면서 회칙을 무시하면서까지 공인된 5개의 종교 동아리들을 제명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태는 다행히 새로운 학생들이 ‘동연’을 구성하고 문제 동아리들을 제명시키면서 마무리됐다.

학내가 들썩거릴 정도로 가시적으로 드러난 피해는 이것만이 아니다. ‘동연’ 회장에 대한 신천지 신도들의 폭행사건과 ‘미등록 종교단체 주의 안내’ 대자보 훼손(2011), ‘전남대 납치 사건’(2012) 등등 일일이 손에 꼽을 수도 없다. 올해 초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재선거가 무산된 것도 이 종교단체와 무관치 않다. 총학생회는 3팀이, 총여학생회는 2팀이 입후보하면서 선거열기가 달아올랐지만, 이 중 2팀의 선거본부에 신천지 신도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말이 돌면서 후보자들이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잔칫상에 찬물이 끼얹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꺼져버렸다. 결국 재선거는 과반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고 말았다. 바로 전 달에 경영대 학생회 선거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벌어졌던 상황이라 학생들의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이 특정종교가 주고 있는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데 있다. 동아리들의 신입회원 모집권유, 연구를 위해 필요한 설문조사, 취재를 해야 하는 대학신문 기자들에 대한 의심은 물론이고, 이제는 옆 친구조차 믿을 수가 없다. 그가 친절할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관계에 대한 마음의 방어벽이 스멀스멀 학생들에게 퍼져가고 있는 이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본부도 신고 상황실을 운영하고 ‘주의 안내문’을 지속적으로 고지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대처로는 점점 커지고 있는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일 듯하다. 보다 근본적인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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