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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응원■1584호 줄탁
강내영(사회학과 박사과정)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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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1  15: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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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재 인증 해보자.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큰 축으로, 그때까지 반신반의했던 전 국민에게 처음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대중문화로 알려 큰 성공을 거두었던 작품이다. 당시 귀가 시계로 불릴 정도로 워낙 화제였지만, 광주에서는 유선 방송이 나오는 친구 집에 모여 깡패들의 액션 장면을 기대하며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이 드라마로 적자에 허덕이던 신생 민영방송이 자리를 잡았다는 둥, 왜 같은 전라도 출신인데 주연 배우는 서울말을 쓰고 깡패만 전라도 사투리만 쓰냐는 둥, 정동진이 관광 특수를 누리게 됐다는 둥 여러 후일담을 낳았다. 현재도 여러 단편적 기억이 남아 있는데, 주인공 남녀가 처음으로 마주치는 장면이다. 어느 선술집에서 여학생 두 명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중 한 여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의 남학생이 다가가 “계집애가 어디서 담배를 피워대”냐며 여학생의 따귀를 때린다. 순간 맞은 여학생의 친구인 여주인공이 그 남학생의 따귀를 올려붙이며, “힘 좀 세다고 약한 사람을 때려? 그게 바로 독재라는 거야”라며 쏘아붙인다. 성인 여성이 성인 남성을 때릴 수 있다는 것도 그랬지만 할머니의 재떨이를 청소하고 용돈을 받던 경험이 있었음에도 젊은 여성이 여러 다른 시선이 있는 공간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이 당시 나에게는 사뭇 충격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대학 새내기 시절에도 교정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을 보기란 힘들었다. 어쩌다 인문대, 사회대 구석에서 홀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여성을 볼 때면 친구들과 잠시 그것을 화제로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당시 피시방, 후문의 카페, 여자 화장실 밖으로 흘러나오는 담배 냄새로 여성의 흡연율을 짐작할 뿐이었다.

최근 남성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커피 프랜차이즈 사장이 여성 연예인을 혼인 빙자 사기로 고소한 사건을 두고 그 남성이 지질한가, 여성이 꽃뱀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미 자신의 시각을 확신하고 있는 상태의 논쟁 결과가 그렇듯 이제 여성이 남성보다 상위의 위치로 올라섰다는 주장과 여전히 소수자와 같은 위치라는 주장이 평행선을 이루었다. 내 주장은 짐작할 수 있듯이 후자였다. 글로써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내가 관습에 익숙한 전자의 주장에 대해 말발을 세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 논쟁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페미니즘에 관한 글 몇 개 읽었다고, 소수자에 대해 공부한다고, 남성이라는 이유로 30년 이상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던 혜택을 버리고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면 그리 자신할 수 없다. 운전하다 여성 운전자를 ‘김 여사’로 비하하고, 남성같이 폭력적인 페미니스트를 대할 때면 살짝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생각하는 ‘젠더 이퀄리즘’이 내 마음에서 꿈틀거리고 솟아오르니 말이다. 그들이 제기하는 여성 문제를 항상 의식하고 실천한다면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아마 더딜 테고, 완숙한 아재가 되면 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여성되기’를 실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사회는 성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논쟁하고 있으며, 모두 이 상황에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딸들이 밤이나 낮이나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걷고, 어느 곳에서도 여성 누구누구로 불리지 않도록 조용히 응원할 것이다.
   
강내영(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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