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됐을 때 나도 태움 당하면 어떡하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가 얼마 전 털어놓은 고민이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간호사 간 괴롭힘을 지칭하는 은어다. 최근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강제적인 장기자랑 논란을 계기로 의료계 내 폭력 사례들이 폭로되고 있다.

권력 서열에 따라 폭력이 대물림되는 행태는 비단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포털의 순위를 뜨겁게 달군 ‘한샘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각종 프랜차이즈 업주들의 갑질 그리고 전남대 미술학과 회장의 공금 유용까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각종 ‘갑질’들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이슈가 됐음에도 아직까지도 ‘유리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문화, 직장문화 등 각종 문화라는 이름 아래 폭력이 포장되어 온 것은 아닐까.

“나 때는 말이야….” 언제부터인가 기성세대의 관용구이자 생활 언어로 자리 잡은 이 말이 문제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각종 권위주위와 위계질서 속 차별이 고착화된 사회. 연령과 사회적 위치 그리고 지갑 사정 등에 의해 사람대접이 달라지는 사회. 악의 평범성이라고 하던가? 악마는 구조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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