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약 3년전 ‘비트코인(BitCoin)’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암호화폐는 안정적인 화폐가 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세상에 등장했으며, 2010년 5월 18일 피자 2판에 1만 비트코인을 사용한 것이 알려진 최초 실물 거래다. 당시 비트코인은 내게 굉장히 이상적인 화폐로 다가왔고, 나의 구매욕구를 자극시켰다. 당시 1비트코인의 가격은 50만원대였다.

최근 암호화폐가 재테크 상품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이더리움, 리플 등 여러 종류의 화폐들이 등장하면서 그 물살을 점점 거세지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암호화폐들의 가격 변동 추이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고, 블록체인 기술이나 투자 방법 등에 관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상화폐 거래량은 일본, 중국과 함께 전 세계 5위권에 꾸준히 머무르고 있다.
2017년 11월, 현재 1비트코인의 가격은 800만원대이다. 약 3년만에 16배가 뛴 가격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740여 개의 가상화폐가 등장했으며, 이 중 700개의 가상화폐는 실제로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가격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활발히 진행되는 거래가 ‘그 거래’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가상화폐의 가격 그래프는 투기 상품을 연상케한다. 이는 3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불안정한 가격 때문이다. 등락폭이 크다 보니 안정적으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화폐로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비트코인 개발자는 ‘우리는 중앙은행이 우리의 화폐 가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지만, 신용화폐의 역사는 그런 믿음에 대한 배신의 연속이었다.’라고 비트코인의 개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도를 넘는 인플레이션이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1923년 정점에 달했던 1919~1923년의 독일 인플레이션에 인한 피해는 1차 세계대전의 첫 4년보다 물질적인 피해가 더 컸다고 말한다. 아르헨티나와 같이 주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보유중인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투기 상품일 뿐이었고, 이는 개발자의 의도와 모순된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는 상승했지만 화폐로서의 가치는 떨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통제할 수 없는 이 디지털 화폐를 어떻게 규제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을 볼 수 있으며,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비트코인 ATM 기기도 생겨나는 추세다. 이러한 암호화폐의 ‘화폐’로서의 행보에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강상용(정보보안협동과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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