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식당이 왜 학생 복지야? 학생식당 기획을 진행하며 수없이 고민했다. 기사를 쓰기 위해 학생식당이 학생에게 필요하다는 당위성에만 의지하지 않고, 학생식당이 학생 복지인 논리를 찾아야 했다. ‘학생식당 맛있을 수는 없나요?’ 기획은 제2학생마루 학생식당의 부재 및 적자 문제 구조를 파악하고, 학생식당의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시작했다. 취재 중 학생식당 이용률이 낮아지고 있어 학생식당 필요성에 의심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령 이용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그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건
성적 맞춰 온 대학이었다. 그러므로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자긍심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수습기자 시절엔 ‘아이템’을 가져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기사로 쓸 만한 재료가 나올 리 만무했다.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 건 졸업생 인터뷰를 할 때였다. 그는 의 옛 기사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그 내용을 읽고 “전남대학교 학생이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쓴 기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이제는 전남대의 일원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은 순간을 담아 추억을 만든다. 순간은 사라지지만 기록한 것은 우리 곁에 남는다. 이 졸업생들로부터 새내기 시절의 설렘과 졸업의 아쉬움을 담은 사진과 글을 받았다. /엮은이“연극 통해 책임감 배워”졸업생의 위치에 서서 지난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면 의미가 남지 않은 경험은 없었지만, 신입생 시절 인상 깊었던 경험을 고르라고 한다면 중앙동아리에 들어가 연극무대에 서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저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신입생 때 과 연극 소모임인 EDS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협업과
오늘 졸업장을 건네받았을 때 나는 하나의 시구를 생각했다. 이제니 시인의 시 과 그 시에 적힌 시구를. 옮겨 적자면 이렇다.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지. 말없이. 손나팔을 불듯 두 손을 흔들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춤을 추면서. 머나먼 반도의 끝자락을 떠도는 이름 없는 유랑 악단처럼. 멈추면 사무칠까 봐 더 더 걸었지. 뒤처진 쪽을 슬쩍슬쩍 바라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면서. 언제나. 언제나 그렇게 걸었지. 언제나 그렇게 걸어왔지. 춥고 어두운 길에선 더더욱 더.”‘졸업’
대학생 시절 한 가지 기억을 꼽자면 2019년 신방과 OT가 생각난다. OT 하루 전날, 나는 쌀쌀한 추위를 견디다 못해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19학번 신입생들이 지도교수님과 첫인사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는 수 없이 목이 쉰 상태로 첫 모임에 나갔다. 저널리즘을 가르치신다던 교수님은 지도 제자들에게 진로를 물었다. 내 차례가 오자 쉰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기자가.. 되고.. 싶어요오...” 동그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빵 터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찰나, 교수님이 긴장이 풀린 분위기를 틈타 입학선물을
독일어에 ‘지지 마라’(Lass dich nicht unterkriegen)라는 관용구가 있다. 한 독일인 선생에게 이 관용구를 독일인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자주 쓰는지 물었다. 등교하는 아이를, 대학생 또는 직장인이 된 자녀를 응원할 때, 부모들이 늘 던지는 말이라고 한다.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선배나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와 강요된 복종에 직면해야 할 때, 지지 말고 그에 맞서 싸우라는 전투적인 마음도 담겨 있다고 한다. 독일어 단어 ‘운터크리겐’(unterkriegen)이 ‘억압하다’ 또는 ‘정복하다’이니, 저 관용구는 축
“딸, 나와봐. 네 이야기 뉴스에 나온다.” 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 잠이 덜 깬 채 “무슨 말이야, 내가 뉴스에 왜 나와”라고 말하며 방에서 거실로 나갔다. 해당 영상은 광주 MBC 뉴스. 우리 대학 4학년 수강신청 날 발생한 오류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는 보도였다.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강신청 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2월 14일 9시 4학년 수강신청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수강신청 페이지에 접속조차 되지 않아 당황스럽고, 졸업을 위해 들어야 하는 수업을 신청하지 못해 불안했다. 40
외출 전 우리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입고 나갈 옷을 몸에 대보며 한껏 치장한다. 최근 들어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을 지칭하는 ‘그루밍족’도 생겨났다. 우리는 자기만족을 위해서도 있지만, 깔끔한 차림새로 남을 대하기 위해 겉모습을 가꾼다.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말투와 행동, 평판 등 남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완벽하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위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착각하는 ‘조명효과(Spotlight effect)’에 기인한다. 조명효과란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가
1645호 전대신문에는 이번에 치른 학생회 선거 결과를 중점으로 우리 학교 시설의 문제점, 인터뷰 등 다양한 이슈가 실렸습니다. 이번 호도 학생들의 관심사를 잘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기간 동안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서 학생회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저 또한 학교에 일원으로서 학생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사를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학생을 위한 학생회가 돼달라”는 기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의 직접적인 의견을 실은 점이 좋았습니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많이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만약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거짓말로 누명을 씌워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자신의 결백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면 심정이 어떨까? 진위여부는 안중에 없이 그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마녀사냥 삼더라도, 억울한 피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면? 또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가식적으로 꾸민 가짜 삶의 이력들은 어떻게 걸러내야 할까? 타인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기 위해서는 평소의 언행이 ‘신중하고 정직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괴테의 말처럼 “행실은 각자
지난 2022년은 종합대학으로서 국립 전남대학교의 건학 7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한 해였다. ‘정본청원(正本淸源)’을 다짐하며 거행한 다양한 70주년 행사와 회고의 시간을 통해 교육입국의 기치 아래 거점국립대학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전남대의 지나온 과정과 위상은 우리 모두가 충분히 자축하고 자부할 만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2023년의 현실과 건학 100년을 향한 미래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대학 입학 학령인구 기준 2019년도부터 마의 60만 명 선이 무너져 59만 명이더니, 불과 2년 후인 2021년도부터 50만 명 선이 무너
역사철학 수업에서 마르크스의 생산관계에 대해 배웠다. 마르크스는 "노동자에겐 국적이 없다"고 했다. 동의한다. 자본에 국경이 없는 것처럼 자본가에게도, 노동자에게도 국적이 없다.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착취당하기 때문이다.2023년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에겐 여전히 국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 했다. 화물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 연장과 확대를 위한 파업에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전남대를 다니는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학생이라면 '에브리타임(everytime, 이하 에타)'이라는 어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간표를 구성하기 위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동아리나 대외활동에 대한 정보 등을 찾기 위해 대학생들은 에타를 활용한다. 거기서 우리는 정보를 찾고 공유하며, 새로운 인간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만큼 에타는 대학생들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어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하지만 이 에타는 어느 순간 정보 공유와 인간 관계 형성의 공간이 아닌, 상대방을 무작
‘파도타기 삶’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앤서니 기든스라는 사회학자는 현대 사회가 급변하며 사람들은 삶의 장기적 계획이 가능하지 않고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치 파도타기 삶처럼, 나 또한 파도에 휩쓸리며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던 적이 있었다.사람들은 세상에 나온 이상, 자아를 찾아가며 여러 작고 큰 파도를 마주한다. 나도 23세의 ‘교육자를 희망하는 나’가 되기까지 여러 파도를 마주했다. 나에게 있어 첫 번째 큰 파도는 고등학생 때의 진로 결정이다. 그 당시 나는 심리학 중에서도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많아
최근 우리 대학은 새로운 꽃단장에 한창이다. 동시에 각 단과대 및 총학생회 선거 운동이 진행 중이다. 개교 70주년을 맞아 학교에 다양한 행사 역시 함께 진행되면서 재학생의 입장에서는 매우 즐거운 요즘이다. 1644호에서는 다양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 학생 맞춤형 서비스를 알리고 곧 진행될 총학 선거, 단과대 선거에 관해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복합문화공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 교내 느린 와이파이 등 여전히 교내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 역시 존재했다.이번 은 새롭게 출범할 학생회, 새로운 단장
지난 1년간 총학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2023 총학생회 선거가 6일 실시된다. 한 해 동안 비대위 체제로 진행됐지만, 총학이 있었던 것보다 소통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학생들은 직접적인 소통 창구가 없어 불편했고, 신문사의 취재 과정에서는 총학이 담당했던 사업인 경우 물을 곳이 없었다.이번 총학생회 선거를 취재하면서도 공백의 현실이 드러났다. 2023년을 이끌 수도 있는 선본이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준비과정은 험난했다. 하나의 업무를 진행할 때면 보통 인수인계하거나 과거의 사례를
5·18기념재단에서 란 제목으로 강연 중 진태원 선생(자크 랑시에르 『불화』 번역)은 1980년 5월의 사람들을 언급하는 도중 2~3분간 침묵해버렸다. 올해 첫 회인 박효선 연극상 수상작인 의 나무닭움직임 연구소 장소익 대표는 수상소감으로 “1996년에…”란 말 이후로 아무 말도 못 잇고 자리에 앉아버렸다.그들의 침묵은 어떤 말보다 지켜보는 우리에게 감정의 공진화를 일으킨다. 소리도 나지 않는 몸짓임에도 숨을 죽이게 된다. 그 공백과 침묵 속에서 생겨난 그들과 우리들의 일시적 공동
전남대학교(전남대) 교육체제를 명시적으로 대표하는 ‘교육과정’이 개편되었다. 2023학년부터 적용되는 개편 교육과정은 그동안 4년 주기로 이루어진 개편의 역사를 고려할 때 개편내용과 개편방법에서 매우 특별한 시도로 교수진과 학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학사학위과정(학부교육과정 2023-2026)과 석사/박사학위과정(대학원교육과정 2023)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의 내용이 그 전과 비교하여 체계화되었고, 개편방법에서 단과대학별 공청회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내용구성에서는 대학·단과대학·
SPC 그룹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정규직 노동자 ㄱ 씨가 지난 10월 15일 새벽 6시경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당시 근로자는 주야 2교대로 12시간 노동하고 있었으며, 많은 작업량을 처리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사고를 예방할 배합 기계의 덮개는 반대편 탁자 위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당 기계에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농심 부산공장에서도 20대 ㄴ 씨가 지난 11월 2일 오전 5시쯤 야간작업 중 리테이너(육가공 반죽 금속 틀)에 옷소매가 끼이는 사고가 있었
7년 차 송무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어온 말은 “변호사님, 이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두 번째로 자주 듣는 말은 “변호사님, 제발 이겨주세요”라는 호소다. 인생의 절벽에서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기꺼이 손 내밀고 함께 싸워주는 것이 변호사의 숙명이나, ‘인생의 절벽’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서 변호사를 찾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안타까운 의뢰인들은 인생의 절벽에서 변호사를 찾고, 자신만만한 의뢰인들은 인생의 출발선에서 변호사를 찾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정에 선 변호사’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