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맞춰 온 대학이었다. 그러므로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자긍심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수습기자 시절엔 ‘아이템’을 가져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기사로 쓸 만한 재료가 나올 리 만무했다.

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은 건 졸업생 인터뷰를 할 때였다. 그는 <전대신문>의 옛 기사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그 내용을 읽고 “전남대학교 학생이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쓴 기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이제는 전남대의 일원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게 소속감인가 곱씹고 있을 때쯤, 2022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 취재를 갔다. 민주마루 앞이 졸업생과 졸업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그들은 모두 기쁜 얼굴로 축하를 받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먹먹해지고 뒤숭숭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졸업생들에게서 졸업 소감을 들으며 무엇이든 도전해 보고 싶은 에너지가 생기기도 했다. 생판 몰랐던 사람들이지만 단지 같은 학교 졸업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재를 위해 잠깐 대화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앞길을 응원하고 싶었다.

지방대의 위기라 한다. <전대신문> 1645호에서도 다루었듯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공화국이라 불리며 수도권 중심의 대학을 찾는 현실에 지방대 학생들은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기 쉽다.

팍팍한 현실이다. 물가는 오르고 사람들은 멀어진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나 하나의 삶을 챙기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갖는 소속감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나를 구한다.

각자의 이유로 다사다난했던 대학 생활이었지만 전기 학위수여식 취재를 하며 졸업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잊지 못할” “만족” “자긍심”이었다. 이들 중에는 분명 속하지 못해 낯설게 살아가던 사람이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밝게 웃을 수 있는 건 결국 우리 대학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삶을 형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신입생들도 새로운 환경에 마냥 설레고 호기심만 가득하진 않을 것이다. 1학년 때부터 대외활동, 학점, 취업 등 조급해하는 사람도 봤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이 좁은 사회에서 인연을 만들고 소속감을 느끼며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경험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 처음 가졌던 반짝임을 졸업 때까지 간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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