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전 우리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입고 나갈 옷을 몸에 대보며 한껏 치장한다. 최근 들어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을 지칭하는 ‘그루밍족’도 생겨났다. 우리는 자기만족을 위해서도 있지만, 깔끔한 차림새로 남을 대하기 위해 겉모습을 가꾼다.

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말투와 행동, 평판 등 남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완벽하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주위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착각하는 ‘조명효과(Spotlight effect)’에 기인한다. 조명효과란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가 고안한 심리학 이론으로, 이는 자신이 조명 아래 주인공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며 타인의 시선을 과장되게 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듯 우리는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가지만, 실상 남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큰 관심이 없다.

몇 달 전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수업을 들으러 간 적이 있다. 수업을 듣는 내내 서로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보고 내 뒤에 앉은 사람이 비웃진 않을까 신경이 쓰여 얼른 갈아신고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식당에서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나는 쭈뼛대며 신발을 벗은 뒤 황급히 양말을 가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내 양말에 대해 수군거리기는커녕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무신경하다. 정작 자신의 용모를 가꾸고 자기의 모습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나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이상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른다. 주위에서 잘 어울린다고 말한 옷차림과 붉은 입술의 일반적인 화장을 한 채 밖에 나선다. 가끔은 연예인들의 무대의상처럼 알록달록 화려한 옷을 입고 싶고, 하얀색으로 입술을 칠하고 싶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질까 두려워 남들과 비슷해 보이려고 애쓴다. 이렇게 남을 의식한 모습으로만 자신을 꾸미다 보면 결국 자신의 고유성은 상실되고 공허함만을 삶에 남겨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차이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또 여기서 어려운 점은 내가 바라는 것과 남들이 원하는 것의 명쾌한 구분짓기가 좀처럼 불가능해 보일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다움’을 망각하는 길로 들어서는 데는 숙고가 필요한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남들이 보는 나’에서 ‘내가 보는 나’로 관점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이 과정은 생각 이상의 용기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나에게 제일 관심이 많은 내가 보는 나.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용기를 내보라 권하고 싶다. 이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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