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한 가지 기억을 꼽자면 2019년 신방과 OT가 생각난다. OT 하루 전날, 나는 쌀쌀한 추위를 견디다 못해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19학번 신입생들이 지도교수님과 첫인사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는 수 없이 목이 쉰 상태로 첫 모임에 나갔다. 저널리즘을 가르치신다던 교수님은 지도 제자들에게 진로를 물었다. 내 차례가 오자 쉰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기자가.. 되고.. 싶어요오...” 동그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듣고 빵 터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찰나, 교수님이 긴장이 풀린 분위기를 틈타 입학선물을 나눠주셨다. 손바닥 크기의 보라색 몰스킨 수첩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걱정과 함께 솟아난 3월이었다.

신입생 시절부터 기자는 인기 없는 직업이었다. 1학년 전공 수업 오리엔테이션 날, 교수님은 기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수강생 40여 명 중에 단 3명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기자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고, 한국 언론이 위기라는 것을 매년 실감합니다.” 정의로운 기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입학 서류를 넣던 날이 떠올랐다. 신방과의 현실은 참혹했다. 기자 지망생 친구는커녕 선배들도 극소수였다. 그마저도 뿔뿔이 흩어져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음속 불씨는 사그라들고 기자의 꿈도 점차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신문방송학을 공부할 이유는 있었다. 신방과 수업은 비판적 시민을 키워내기 위한 수업이었다. 기자를 꿈꾸지 않더라도 신문과 방송은 늘 우리 곁에서 영향을 미친다. 1학년 전공 수업 <대중매체의 이해> 시간, 대중매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현상을 깊이 이해하고 사회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차별을 재생산하는 장본인이 되지 않기 위해 대중매체를 공부해야 한다.”

신문방송학과에서 비판적인 시민의 힘을 배웠다. 민주적인 사회는 소수의 깨어있는 기자가 아니라 깨어있는 기자를 알아보는 비판적인 시민으로부터 유지된다. 비주류 집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소비하는 시민, 특정 시각으로 해석된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민, 가치 있는 뉴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시민. 가만히 비판하는 사람은 진정한 시민이 아닌 냉소주의자다. 우리는 공부를 해서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토대로 소수의 깨어있는 기자들을 구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책임이 있다.

내년부터 신문방송학과명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개편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4년간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언론고시원에 소속됐던 기자 지망생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저항적 기자로 성장할 책임, 비주류 담론에 귀 기울일 책임, 그리하여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학생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비판적 시민으로 성장할 책임 말이다.

조벼리(신문방송·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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