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전남대) 교육체제를 명시적으로 대표하는 ‘교육과정’이 개편되었다. 2023학년부터 적용되는 개편 교육과정은 그동안 4년 주기로 이루어진 개편의 역사를 고려할 때 개편내용과 개편방법에서 매우 특별한 시도로 교수진과 학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학사학위과정(학부교육과정 2023-2026)과 석사/박사학위과정(대학원교육과정 2023)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의 내용이 그 전과 비교하여 체계화되었고, 개편방법에서 단과대학별 공청회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

내용구성에서는 대학·단과대학·학과(부)·전공별 교육목표와 인재상을 설정했다. 또한 인재상에 적합한 전공능력을 세분화하고 각 요인을 명료하게 규정하도록 했다. 개편방법에서는 대학지도부와 전공단위 간에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대학지도부가 설정한 원칙에 맞춰 교과목 개설과 편성 간의 타당성, 체계성, 연계성을 각 전공단위에서 스스로 확인하고 그 실효성을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개편의 원칙·내용·방법은 대학교육의 질적 우수함을 인정받는 해외 주요 대학의 교육과정개혁의 흐름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어 더 각별하다.

대학의 교육과정은 단위 대학에서 제공하는 학위과정(학사·석사·박사)의 정체성과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체로서 대학교육의 근간이다. 좋은 대학은 그 대학이 설정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교과영역(전공·교양·일반선택)을 타당하게 구성하고, 그 영역에 적합한 교과목을 편성한 후, 적절한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한다. 교육과정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학위과정에서 설정한 목표에 맞게 교수가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그리고 학생이 원하는 학습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이번 교육과정개편은 전남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학위과정의 타당성과 체계성을 확인하고 학습자의 학습목표 달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시도였다.

개편과정에서 확인된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교육과정개편과 관련된 구성원의 이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교수들은 이번 개편을 통해 교육목표, 인재상, 전공능력, 핵심역량의 개념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각 교과목 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기회를 가졌다. 둘째는 교육과정 구성에서 중시하는 교과목 개설 및 편성의 타당성, 체계성,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성찰할 수 있었다. 이는 단위대학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좋은 제도개혁의 사례가 되었다. 셋째는 교수자들이 학습자의 입장에서 교수-학습방법의 개선을 더 심층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이는 전공능력과 핵심역량을 구성하는 요인(지식, 기술, 태도, 가치)들을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실행되는 각 단계 교육과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 교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는 수업계획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교수들은 수업계획서에 교과목 개요를 더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수업목적에 맞게 그 내용과 방법을 더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개설된 전공·교양 교과목의 개요를 보면, 그 내용이 너무 단순하게 진술되어 있어 학생들의 교과목 이해와 선택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둘째는 대학지도부의 성적(학습성과)평가방식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교과목 수강생 규모(15명 미만)와 교수의 요구에 따라 절대평가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교수진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절대평가의 수용은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고, 그 결과 또한 긍정적이다. 이제는 교수를 믿고 절대평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더 과감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학습성과는 주어진 교수-학습상황에서 가르치는 교수와 배우는 학생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 교육과정개편에서 확인된 특별한 시도가 전남대 교육체제의 완성도를 높이고 학생의 학습목표 달성에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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