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은 종합대학으로서 국립 전남대학교의 건학 7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한 해였다. ‘정본청원(正本淸源)’을 다짐하며 거행한 다양한 70주년 행사와 회고의 시간을 통해 교육입국의 기치 아래 거점국립대학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전남대의 지나온 과정과 위상은 우리 모두가 충분히 자축하고 자부할 만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2023년의 현실과 건학 100년을 향한 미래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대학 입학 학령인구 기준 2019년도부터 마의 60만 명 선이 무너져 59만 명이더니, 불과 2년 후인 2021년도부터 50만 명 선이 무너져 47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2023년 대입 학령인구는 43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방대가 속한 지역의 추세는 더욱 비관적이다. 실제 2022년 전남대도 신입생 충원률과 충원유지율에서 경고등이 켜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적어도’ 지역 인재들은 자발적으로 거점국립대에 지원할 것이라 낙관하고 안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난 정부 이후 약 6년간 거점국립대는 국립대육성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양축으로 하여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역량을 제고시키고 대학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우리 대학은 이 사업을 통해 교육, 연구, 특성화사업, 대학 거버넌스 등에서 실로 높은 성과를 이루었으며 교육부로부터 매우 양호한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대학의 총체적인 역량과 수월성은 지난 6년간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검증받아 왔다. 그러나 2022년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었고, 2023년으로 국립대육성사업은 종료를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부는 모든 대학평가의 기본 포맷이었던 ‘대학기본역량진단’ 시스템의 폐지를 선언하였다. 그야말로 새로운 판이 짜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임 교육부장관은 지역대학의 행정·재정적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그나마 기존 유·초·중등 교육을 위해 조성된 약 80조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3조 정도를 고등 교육과 평생 교육에 배분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야말로 우리 앞에 놓인 교육 현실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상황 변화는 전남대만의 조건과 변수는 아니며 외부적 요인만을 탓할 여유조차 없다. 《화엄경(華嚴經)》에서도 일갈하듯 어차피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 했던가. 세상에 본래부터 정해진 법도는 없으며, 유일한 진리라면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지혜를 모아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동양 역사의 아버지라는 사마천은 《사기(史記)》 130권을 저술하며 특히 최초의 황제였던 진시황제에 대한 평전인 〈진시황본기〉의 서술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말미에 시황제의 업적과 과오를 냉정하게 사평(史評)하면서 특히 한대 대학자였던 가의(賈誼)가 작성했다는 〈과진론(過秦論)〉, 즉 진시황제와 진이 멸망하게 된 원인과 과오를 예리하게 평가한 부분을 인용하였다. 가의는 진시황제를 비롯하여 진을 멸망시키고자 거병하였던 진섭(陳涉) 등이 국정을 운영하고 천하를 도모함에 ‘깊은 계획과 멀리 바라보는 고민’이 부족했음을 갈파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모름지기 모든 일에는 ‘심모원려(深謀遠慮)’, 즉 ‘깊게 도모하고 멀리 헤아려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실로 시공을 초월한 고금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건학 70년을 넘어 이제 백년을 향한 전남대학교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대전환의 시대에 직면하여 매 사안과 사업에 대해서는 깊고 세밀하게 검토하고 기획하면서도, 근시안적인 눈앞의 현상에 머무르기보다는 본질을 갈파하여 장기적인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심모원려(深謀遠慮)’는 2023년을 맞이한 전남대에 실로 ‘심원(深遠)’한 비전이 될 것이며, 모든 구성원이 이에 맞추어 준비하고 노력할 단계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