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차 송무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어온 말은 “변호사님, 이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두 번째로 자주 듣는 말은 “변호사님, 제발 이겨주세요”라는 호소다. 인생의 절벽에서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기꺼이 손 내밀고 함께 싸워주는 것이 변호사의 숙명이나, ‘인생의 절벽’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서 변호사를 찾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안타까운 의뢰인들은 인생의 절벽에서 변호사를 찾고, 자신만만한 의뢰인들은 인생의 출발선에서 변호사를 찾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정에 선 변호사’의 모습만을 떠올리지만, 법정에 서지 않고 법률 자문만 하는 변호사들도 있을 정도로 ‘법정 밖’ 변호사의 역할도 크고 중요하다.

변호사는 ‘갈 때 까지 간 사건’에서 승패를 책임지기도 하지만, 갈 때 까지 가지 않도록 분쟁 예방책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병원이 이미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예방주사를 놓거나 검진을 해주기도 하듯, 변호사 또한 이미 벌어진 사건을 해결해주기도 하지만,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월세 계약이나 단기 아르바이트 근로 계약 등등 누군가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 계약 내용이 적절한지, 분쟁 소지는 없는지를 검토해주기도 하고, 폭행이나 성폭행 피해 등을 당한 직후 피해자가 고소에 이르기 전까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물론 반대로 가해행위를 한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어떤 절차를 거쳐 합의에 이르면 좋을지, 고소나 고발에 이르기 전까지의 조치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한다. 또 무작정 소송을 가기 보다는 소송을 가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 하나 쓰지 않고 현금으로 빌려주면, 상대방이 갚을 의지나 능력이 없고 소액인 경우에는 돌려받지 못 하는 경우가 흔하다. 전세 계약의 경우, 계약 종료 전에 미리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 나도 모르게 묵시적 갱신이 되어 전세 계약을 종료시키지 못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피해를 당하고도 서면으로 합의서를 작성해두거나 증거를 확보해두지 않다가, 상대방이 구두로 한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이미 증거가 유실되거나 합의 내용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해 사실에 대하여 적절한 배상을 받기가 어렵다. 이 밖에도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중요한 순간마다 미리 변호사를 찾아 법률 검토와 조언을 요청하면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변호사는 늘 ‘법정’이라는 전쟁터 한 가운데에서 의뢰인을 위해 칼과 방패를 들고 싸운다. 매 순간 최선을 다 해 싸우지만 때때로 변호사가 들고 있는 방패를 피해 의뢰인에게 화살이 날아와 맞기도 한다. 감정이 크게 상하거나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억울하게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한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언제든 의뢰인을 위해 싸워줄 준비가 되어 있지만, 가능하면 ‘전쟁터’에 오기 전에 앞서 이야기 했던 방법들로 합의를 보거나 사건·사고를 예방하도록 유도한다. 재판 과정에서 의뢰인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하고, 몸에도 아픈 곳이 있으면 ‘치료 적기’가 있듯 사건·사고에도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일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쟁터를 지키는 ‘평화주의자’이다. 사람들이 서로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고, 독자 여러분과 직업적으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다면, ‘인생의 절벽’에서가 아닌,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한 해의 끝자락,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될 사소한 사건들은 멀리 흘려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의 삶에 어떤 굴곡도, 어떤 다툼도 없기를 희망한다.

김수지 법무법인 감동으로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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