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삶’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앤서니 기든스라는 사회학자는 현대 사회가 급변하며 사람들은 삶의 장기적 계획이 가능하지 않고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치 파도타기 삶처럼, 나 또한 파도에 휩쓸리며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세상에 나온 이상, 자아를 찾아가며 여러 작고 큰 파도를 마주한다. 나도 23세의  ‘교육자를 희망하는 나’가 되기까지 여러 파도를 마주했다. 나에게 있어 첫 번째 큰 파도는 고등학생 때의 진로 결정이다. 그 당시 나는 심리학 중에서도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많아 혼자 여러 책과 논문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주변인들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걱정했다. 주변 사람들의 말이 곧 모든 것이었던 그때의 나는 고민 끝에 이과로 가서 공부했다. 생애 처음 내 마음을 배신하고 원치 않는 길로 갔지만 나름의 차선책이라고 여겼다. 그때의 파도가 내 삶을 한 번 뒤집었다.

나는 이과에서 방향성을 잃은 깃발처럼 계속 진로를 탐색했다. 그러다가 운좋게도 새로운 내 꿈을 찾게 됐다. 나는 심리학과 맞닿아 있는 뇌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이오 칩이나 뇌파 센서 등을 이용한 뇌공학 치료를 공부하여 정신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결국 뇌공학 대학원을 가기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렇지만 두 번째 파도는 그 학과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일기 시작했다. 전자공학과에서 여러 강의를 들으며 이 전공이 내가 생각했던 점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전자공학과에서 배우는 것들은 딱딱한 기술 자체였기 때문이다.

내 새로운 꿈을 찾게 해 주었던 경험은 우연하게도 1년 동안의 학원 아르바이트였다. 지루하게만 보였던 교육자라는 진로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남대의 미디어 동아리를 보게 되었다. 공학적 설계를 통하여 교육에 필요한 매체를 만든다는 것이,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사람을 위한 기술’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다. 결국 편입을 통해 전자공학과에서 전남대 교육학과로 진학하였다. 실제로 현재 미디어 동아리와 교육문제연구소에서 실감 미디어 매체와 교수 설계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지금은 덤덤하게 말하지만, 나는 진로 결정 시기에 많은 방황을 했으며 사실은 지금도 나의 진로를 설계 중이다. 그렇지만 삶의 파도에 휩쓸리며 깨달은 것은 결국 그 파도들을 어떻게 내 삶과 통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은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것, 사회적인 인정도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발전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순간순간의 고뇌와 절망은 나에게 발전할 기회를 주었다. 나에게 들이닥친 파도에도 멋지게 휘청거리며 나아가는 서퍼(surfer)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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