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그룹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정규직 노동자 ㄱ 씨가 지난 10월 15일 새벽 6시경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당시 근로자는 주야 2교대로 12시간 노동하고 있었으며, 많은 작업량을 처리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사고를 예방할 배합 기계의 덮개는 반대편 탁자 위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당 기계에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농심 부산공장에서도 20대 ㄴ 씨가 지난 11월 2일 오전 5시쯤 야간작업 중 리테이너(육가공 반죽 금속 틀)에 옷소매가 끼이는 사고가 있었다. 티젠 해남공장에서는 노동자 ㄷ 씨(38)가 지난 11월 18일 야간작업 중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잇따라 발생한 식품업계 안전사고는 근로 환경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했다. 고용노동부가 10월 24일~11월 13일까지 식품제조업 등 2,899개 사업장을 자율점검했다. 그 결과 1,521개(52.2%) 사업장이 산업 안전 관련 법을 위반하고 있었던 것으로 적발돼 시정 요구받았다. 식품제조업체 절반가량이 근로자 안전 관련 법을 위반하고 있던 것이다.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관련 제도가 유효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해당 법률로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다. 이 법률들은 사회 전반을 적용 대상으로 하기에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포괄적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례마다 큰 편차를 보이게 되어 법원은 판단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산안법의 시행규칙에 안전·보건 의무가 상세히 규정돼 있지만, 업종마다 주요 업무가 다르고, 동일 업종 내에서도 기업의 규모와 재정력 차이가 상당하다. 이로 인해 안전·보건 관리 수준을 특정하기 어려워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불일치가 심화하고, 우회로를 찾게 되는 등 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있다. 이처럼 적절한 처벌을 내리기 어려운 제도는 산업 내 ‘안전불감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제도적인 변화와 더불어 회사가 노동자를 대한 태도도 변화해야 한다. SPC 사고에서도 SPC 계열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진실성 없는 태도는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큰 것을 지키지 않아서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것, 기본적인 요소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본이라는 말에는 바탕이 된다는 뜻이 있다. 경제적인 목표가 노동자 인권보다 먼저여서는 안 된다. 바탕이 되는 덕목을 차선으로 둔 채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어렵다. 기업이 그토록 원하는 이윤 성취의 바탕에는 노동자의 인권과 같은 기본적인 덕목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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