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을 막론하고 운동경기가 종료되면 참가했던 선수들은 상대편 선수, 감독, 그리고 심판과 인사를 나눈다. 경기에 져서 화가 잔뜩 난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인사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경우에는 “경기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는 제목의 기사가 어김없이 올라온다. 속내와는 상관없는 형식뿐인 제스처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마저도 취하지 않는 선수의 인성은 과연 어떤 수준인가 하는 따가운 시선이 따라붙게 된다.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첫인상과 마지막 인상을 접한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이날은 여느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과제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수많은 날 중 하루였다. 어김없이 지친 상태로 학교 용지를 친구와 걷던 중 찍은 사진 한 장이다. 이야기를 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붉은색으로 잠식되어 있었다. 주위의 모두가 숨죽이고 그저 붉은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진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웃음을 머금으며 이 자리를 떠나갔다. 이처럼 해가 지는 용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민이나 문제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백중지세의 초박빙 선거였으나 34,067,853명의 투표자는 ‘내 삶을 바꾸는 정치’를 선택했다. 그것이 결국 정치의 본질이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한다. 정치는 어렵고 따분한 싸움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작은 문제점부터 드러내고 고쳐나가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하기에, 6면 ‘총학, 1년여 만에 다시 공석’ 기사는 학생사회의 아픈 곳을 찌르는 기사로 다가온다. 5면 ‘잦은 BTL 생활관 승강기 고장 “기민하게 처리할 것”’ 기사에서는 9동 기숙사 승강기 민원이 다수 제기됐고,
20대 대선 바로 다음 날, 광주NGO지원센터 시민마루에서는 “제2차 광주민주시민교육 포럼”이 열렸다. 시의원을 비롯하여 인권 활동가, 교육기관 관계자 등 20명 남짓 모인 자리에서 광주만의 민주시민교육 모델을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참여한 누군가는 이렇게 발언을 시작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바른 생각’을 가지고 투표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그 발언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라는 가치는 ‘옳음’과 직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공적 영역에서
어린 시절, 방학마다 쓰는 계획표가 싫었다. 지켜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적는 7시 기상, 세면, 아침 식사. 엄마 손에 이끌려 그린 24시간짜리 시계는 단 하루도 온전히 따라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항상 ‘계획을 세워 시간을 아낄 것’을 강요받았다. 당시에는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옳은 줄로만 알았다.시간은 흘러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공부를 하려면 계획표가 필요했고, 공부 분량과 대회 준비 기한을 플래너에 적었다. 이를 반복하며 점점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여전히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맡은 자리에 대한 무게가 있듯,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번 신문을 제작하며 그 어떤 시간보다 ‘책임’이라는 것을 되돌아보는 순간이 많았다.학과 학생회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목격한 각 단과대 회장, 학과 회장이 가지고 있는 책임 의식은 남달랐다. 하나의 학과 또는 한 개의 단과대를 대표하는 위치이기에 모든 것에 철저함을 더하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만들어낸 사소한 실수 하나가 자신의 학과 또는 단과대의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유의하는 것이다. 모든 학과의 회장에게 취재 요청을 드려야 했기에 복잡함이 있었
이 사십 주년이다. 1982년 황석영이 기획하고 김종률 작곡, 백기완의 시를 가사로 만들어 ‘일군의 젊은이들’이 하룻밤 만에 녹음을 해 전국에 비밀리에 유포시킨 불법 테이프가 의 탄생이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광주시민들의 억울함과 혼을 달래기 위해 김민기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1978)에 착안해 만든 노래굿으로 앨범 전체의 이름은 《넋풀이》다. 총 7곡의 노래와 무당의 사설, 문병란 시 낭독까지 아홉 개의 트랙이 있는 《넋풀이》의 마지막 곡이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3년째 교정에서 교내 학위수여식을 열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졸업식으로 4000여명의 졸업생들이 기념과 축하의 만남을 조금 더 실감 나게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직접 만나는 것만 같을까. 봄볕이 느껴질 만큼 따뜻해진 날씨에 메타버스 바깥의 실제 교정에도 모처럼 졸업생들과 축하객들로 가득 찼다.사실 교정의 졸업식 분위기는 며칠 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미리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삼삼오오 학사모를 쓰고 교정을 거닐던 예비졸업생들이 졸업식 분위기를 일찌감치 연출했을 뿐 아니라, 수년
지난해 11월 우리 대학에서 열린 ‘국제 교류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언어교육원 한국어 언어선수인 나에게 일종의 대학교 축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하나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었다.이 행사에 참여한 것은 가장 소중한 전남대학교의 추억이 됐다. 학생들은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며 서로를 더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때 알게 된 북, 꽹과리, 장구와 같은 전통 악기는 잊지 못할 이름이 됐다.함께 했던 친구들과 기념사진까지 남기게 돼 더욱 소중한 기억이다.
1635호는 졸업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그들의 지난 대학 생활을 회고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4면 ‘나에게 쓰는 편지’기획을 통해 얼굴조차 모르는 학생들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학교에 다니며,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그들의 편지에서 자신을 다독이는 모습과 그들이 느낀 후회와 반성에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는 안심을 느꼈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은 대학 신문인 만큼 대학생 기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정치나 사회,
개강! 얼어붙었던 캠퍼스에 싱그러운 봄이 온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벚꽃이 만개해도 도서관과 독서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다. 봄이 온다고 해서, 또는 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뭐 해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뾰족한 방법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있어 ‘뭐 해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고민이 지닌 중요성만큼 청년들에게는 충분히 공들여 고민할 여력이 있는지, 또는 청년들 앞에 충분히 다채로운 선택지가 놓여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졸업과 동시에(또는 졸업 이
폭격에 잠들지 못하는 밤. 누군가는 편안히 잠이 드는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 한 국가에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이 있다.러시아의 군사작전 개시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은 대피했고, 안전을 위해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의 소식은 계속 보도됐다. 위기 상황인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폭격이 시작됐다는 보도는 엄연히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과 한 국가가 포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두 눈을 의심했다.과연 군사작전과 침공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대선은 지금까지의 여느 대선과 달리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불명예가 극에 달하고 있다. ‘비호감 대선’이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덜 싫어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다는 상황을 풍자한 표현이다. 이러한 평가가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후보의 자질이 의심되는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후보 부인의 허위이력 기재, 군사독재의 주역을 옹호하는 망언 등이 그것이다. 대선이 네거티브 성향을 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부적절한 공약에 대한 지적을 뒤로하고 서로의 허점을 찾아 비난하기 바쁘다. 자신
‘지방대학이 위기다.’학사모를 쓰던 2015년, 지역 소멸을 우려하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대학도 낮아지는 취업률이 걱정됐던 건지 모든 재학생에게 토익을 필수 교과(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쉬)로 지정했고 이에 학내에서 대학의 본질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갔던 기억이 납니다.그런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전남대를 자랑스러운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아닌 수도 저 아래 있는 하찮은 ‘지역’대학으로 느끼곤 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쓸모없는 가정도 자주 했습니다. 왜 수도권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걸까, 광주를 벗어났다면
후배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어려운 전공수업을 이수해낸 것, 용돈벌이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한 것 등… 이런 활동이 아니라도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것까지, 많은 일을 견뎌낸 스스로를 칭찬합시다.제가 이렇게 긴 축하를 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 분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동안 잘 살아온 걸까?’하는 생각,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에게 이 글을 보내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기. 정들었던 물건을 정리하기.누구에게나 살아가며 온 마음을 다하거나 정성을 쏟는 일이 있다. 스스로 투자한 시간과 감정이 깊은 만큼 무언가와 이별한다는 것은 항상 쉬운 일만은 아니다.이제 이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도 정들었던 공간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지난 대학 생활을 함께했던 동기, 선배, 후배들에겐 송별 인사를, 가르침을 전해주셨던 교수님께는 감사 인사를 전할 때이다. 학교 곳곳에는 그들이 나눈 추억과 감정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지겹다며 투덜대는 것조차 소소한 하나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에 침입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마스크 없는 생활이 어색해졌고, 처음에 어색했던 QR코드는 이제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을 하루하루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오미크론까지 새로운 용어들이 뉴스에 오르내렸고, 생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왔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경험해 왔던 일상이 코로나19와 함께 완전히 새로 바뀌었
휴전협정도 맺어지기 전인 1952년 1월 1일, ‘국립전남대학교’는 발족하였다. 당시 우리가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 그 자체였다. 오랜 식민시대와 역사상 최대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 국토와 산업기반은 파괴되었고, 조국은 분단되었으며, 국민은 국제기구의 식량원조에 의지해야 하는 세계최빈국의 상황이었다. 그 폐허 속에서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이 지역 최고 고등교육기관은 화강석과 나무로 덧댄 소박한 학사에서 5개의 단과대학으로 출발하였다. 그렇게 전남대학교 건학 70년은 시작되었다.그 70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해가 밝았다. 올해는 육십갑자 중 39번째에 해당하는 해로, ‘흑호랑이의 해’다. 맹수 중의 맹수인 호랑이는 용맹과 기개의 표상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설화나 전설 등 어느 이야기에서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중 흑호랑이는 ‘도전과 열정’을 상징한다.지난 2년간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통제와 우울함으로 채워진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빨리 마스크를 벗고 웃는 날을 염원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방역 패스의 도입과 추가적인 백신 접종 등의 노력만을
최근 ‘가족’에 관한 인문학 강의를 하면서 오늘날 달라진 ‘가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문학과 영화, 가족을 그린 예술가들의 그림 등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만나는 가족의 모습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면을 다 들여다보지 못할 만큼 가족의 개념은 확장되었다. 법률적으로 상징화 되어버린 가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단순한 혈연·혼인관계를 넘어 여러 형태의 가족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하는 가족의 사전적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