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이 위기다.’

학사모를 쓰던 2015년, 지역 소멸을 우려하던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대학도 낮아지는 취업률이 걱정됐던 건지 모든 재학생에게 토익을 필수 교과(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쉬)로 지정했고 이에 학내에서 대학의 본질을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전남대를 자랑스러운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아닌 수도 저 아래 있는 하찮은 ‘지역’대학으로 느끼곤 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쓸모없는 가정도 자주 했습니다. 왜 수도권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걸까, 광주를 벗어났다면 더 큰 꿈을 꾸며 많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 서울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스펙이 된 사회에서 출발선부터 뒤처지고 있다는 조급함도 자주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전남대를 다녔기 때문에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을 비틀어 볼 수 있었고, 그 질문들은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전남대가 아니었다면 서울의 중앙신문에 맞선 지역 언론의 중요성이나 5·18민주화운동이 현재 진행형인 이유 같은 것들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봄이면 벚꽃으로 여름이면 푸르른 잔디로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었던 용지와 봉지, 대학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 선후배까지. 전남대를 졸업했기에 저장할 수 있었던 추억들이었습니다. 이제 전남대 졸업생이라는 정체성은 절대 잘라내고 싶지 않은 단단한 뿌리가 됐습니다.

불행히도 졸업장을 안은 지 7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지방이 몰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넘쳐납니다. 전국 10곳의 혁신도시로도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걸 보면 지역 소멸은 불가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젠 어리석게 과거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전남대를 다니며 느꼈던 질문들을 현재의 자리에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하루를 채워 나갑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후배들 역시 무사히 졸업했다는 기쁨은 금세 사라지고 전남대 입학을 결정한 그 순간을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후회하기보다는 지난 4년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갈 정체성을 선명하게 하는 무언가를 전남대가 남겼을 것입니다.

사회에 비교적 안착한 '젊은 꼰대'의 소리로 들릴까 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현재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서둘러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이자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에 쓴 글의 일부입니다.

"영화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큰 이야기'에 맞서 그 이야기를 상대화할 다양한 '작은 이야기'를 계속 내놓는 것이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전남대는 작은 이야기의 중요성과 그 이야기를 할 힘을 알려준 소중한 모교입니다. 부디 후배들은 저와 달리 전남대를 미워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나보배(자율전공·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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