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얼어붙었던 캠퍼스에 싱그러운 봄이 온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벚꽃이 만개해도 도서관과 독서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다. 봄이 온다고 해서, 또는 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뭐 해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뾰족한 방법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있어 ‘뭐 해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고민이 지닌 중요성만큼 청년들에게는 충분히 공들여 고민할 여력이 있는지, 또는 청년들 앞에 충분히 다채로운 선택지가 놓여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졸업과 동시에(또는 졸업 이전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한정적인 직업군들을 놓고 경쟁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불안하고 조급하다. 봄의 낭만 따위가 끼어 들어갈 틈은 없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올해 취업만 하면, 취업만 하면!’이라고 주문을 외우며 열심히 경쟁에 임해 승리하면 된다. 그러나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서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퇴근을 기다리는 삶, 통장을 스치는 월급, 늘어가는 한숨. 또 다시 ‘내가 이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나? 이거 아니면 뭐 해 먹고 살지?’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우리 청년들에게는 ‘뭐 해 먹고 살 것인가?’라는 당장의 조급한 고민보다는 다른 고민들이 더 필요해 보인다. ‘무엇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의 고민이다. 얼핏 이 고민들은 철없고 태평해 보인다. 가슴 뛰는 일이 부와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꺼이 이런 고민에 몰두한 사람들이 맛볼 수 있는 행복이 있다. 삶의 면면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며 느끼는 기쁨이다.

시골 마을에서 16년째 대안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유준혁 씨(금산간디고등학교 교사)는 ‘제 2의 급여’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연구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점차 자신만의 브랜드가 생기며 성장했던 과정 자체가 돈 이외의 또 다른 월급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쉬운 것은 아니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해야 하며 그만큼 많은 고비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맛본 자는 퇴근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그는 일 하는 동안 ‘살아 있다.’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해 보는 청년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살아있는’ 청년들이 모인다면 얼마든지 세상은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봄의 낭만을 즐기는 세상으로. 

우정아(교육학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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