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이 서는 날이면 먼데도 불구하고 부러 시장을 돌아 집으로 갔다. 시장에 가면 예쁜 것들이 많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도 닭 한 마리가 통째로 튀겨지고 있기도 했다. 왁자한 시장을 구경하며 집을 가던 초등학생의 나는 즐거웠다. 오랜만에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밥 먹고 영화보고 카페 가는 평소의 ‘놀이’가 지겨워졌기 때문이다.우리 대학 후문에서 160 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소요되는 양동시장. 노란 겉옷을 껴입은 고구마, 김말이 등의 튀김이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는다. 알록달록한 과일, 빨갛게 익은 고추
11월 13일.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 구조조정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뒤 복직 투쟁을 그린 영화 가 개봉된다. 이날은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노조간부를 제외한 사람들을 복직할 수 있도록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날이며,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구호와 함께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한 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아직 갑과 을의 불합리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영화는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화를 다뤘고 영화는 그들의 억울함을 이야기한
캬~ 맥주다. 마른안주, 치킨, 치즈스틱, 봉지 과자 어느 녀석과도 잘 어울리는 맥주. 맥주를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두 남자를 만났다. ‘모든 나라의 맥주를 먹어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남자와 맥주를 담그고, 맥주 한잔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남자. 그들이 맥주를 사랑하는 방식을 들어봤다.■ 비어헌터 이기중 교수“맥주는 인생의 동반자”맥주에 푹 빠져 지내다 ‘비어헌터’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맥주 1인자가 된 이기중 교수(인류). 대학 때부터 맥주와 함께한 그에게 맥주는 인생의 동반자다. 그는 “요즘처럼 국내에 세계맥주가 다양하지
“우리는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굴욕적이었는지, 그 만행 때문에 그들이 견뎌야 할 고통이 어떠하였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제작 준비가 한창이다. 조정래 감독(41)의 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다.조 감독은 11년 전,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봉사공연을 하던 중 위안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강일출 할머니께서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작품을 보고 참혹했던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다”며 “며
매일 들이닥치던 군인들/ 영문도 모른채 짓밟혔지/ 시간이 멈춘 그 곳에서/엄마 엄마 부르며 울었어/ 죽을 수도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위안부 영화 ‘귀향’의 속편 영상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귀향은 현재 똑똑한 크라우드 펀딩(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개인에게 소액의 금액을 모집하는 것)을 표방하는 ‘유캔펀딩’을 통해 영화 제작 자금을 모으고 있다.일본군 위안소에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귀향’은 전쟁과 군국주의의 엄청난 격변 앞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모조리 빼앗긴 십대
“모텔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섹스 혹은 불륜의 기능을 넘어섰다.”김경례 교수(사회과학연구소)는 모텔이 더는 부정적인 시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고 말했다. 모텔은 단순한 숙박에서 놀이·문화의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터넷에는 모텔 데이트를 위한 커뮤니티도 생기고 모텔 데이트 후기들도 많이 올라온다. 어플리케이션 상위 랭킹에는 주변 모텔을 검색해주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모텔 데이트! 데이트의 장소로 모텔이 선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오늘은 뭐하고 놀지?영화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역사를 가슴에 새기며 38명의 학생들이 백두산 역사기행을 떠났다. 총학생회가 주최한 행사로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4박 5일간 독립군의 감사함을 느끼고, 통일에 대한 단상을 그려보기 위해 마련됐다. 그들의 4박 5일 여정을 따라가 봤다.두만강 너머로 만난 북한 주민들18일 비오는 새벽 5시, 여정은 시작됐다. 중국 장춘(長春)에 도착했지만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기대했던 항일 유적지인 육문중학교와 북산공원을 짧게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다음날
지난달 23일 저녁 9시 무렵. 우리 대학 봉지에는 알록달록한 텐트와 타프(천막)가 놓였다. 이 날 행사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 퍼포먼스’ 일환으로 열렸다. 행사장에는 5·18 인권운동가가 그려진 우드마크를 색칠하는 사람들과 인디언 분장을 하고 인디언 흉내를 내는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30여명의 사람들은 인디언 마을의 인디언이 되어 함께 축제를 즐겼다. 어디선가 들려온 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축제의 막이 오르고, 인디언 마을 사람들은 그 공연에 빠져 들었다.이날 퍼포먼스는 민중엔터테이너인 야마가
해와 달이 교차하는 오후 7시. 평소라면 고된 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하루를 마감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를 위해 이때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밤늦게까지 여는 야시장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무려 ‘예술’야시장이다. 왜 ‘예술’이 붙은 야시장인지, 느껴보자.다양한 볼거리로 남녀노소 즐기는 예술야시장오후 9시30분. 느지막한 시간에 대인시장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시장 중앙으로 들어갈수록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물밀 듯 오는 닥쳐오는 손님들 덕분에
▲소설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 기자가 읽은 수십 권의 공포 소설들 가운데 가장 무서웠던 책 한 권을 꼽아보려 한다.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의 이다. 이 책은 평범한 보험 상담사가 사이코패스 고객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험 상담사라는 친숙한 직업 덕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주인공의 시점으로 서술해 바로 옆에서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 긴장감도 커진다.이 소설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사람이다.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 물질만능주의적인 시대를 경고하는 이 소설은 무서움을 뛰어 넘어
처녀귀신 : 야... 나 짤렸어...저승사자 : 어! 너도? 나도... 나 사이코패스로 전향할까봐.귀신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요즘은 공포의 대상이 귀신에서 사람으로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포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이 시대에 따라 변화한 공포물에 대해 알아봤다.그때 그 괴담초기 공포물의 단골 소재는 당연히 귀신! 1924년에 개봉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포영화 ‘장화홍련전’에는 하얀 소복의 여자귀신이 등장한다. 이어 1967년 개봉한 ‘월하의 공동묘지’ 역시 원한을 품은 소복귀신이 등장한다. 이 귀신
여름이 다가오면서 훤히 드러난 팔목이 허전해 팔찌를 사고 싶다. 그러나 옷에 어울리는 색상과 모양의 팔찌를 하나 둘 사다보면 은근히 가격이 부담되기 마련이다. 집에 굴러다니는 운동화 끈 하나와 10분의 시간을 투자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저렴한 비용과 간단한 방법으로 나만의 에코팔찌를 만들어보자.1. 원하는 색상의 운동화 끈 한 줄을 준비한다. 왼손으로 끈을 잡고 동그랗게 고리모양을 만든다. 오른쪽 손으로 길게 남아있는 끈을 잡아 또 다른 고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고리를 처음 만든 고리 안으로 넣는다.2. 고리모양
이른 아침, 재민은 학교에 가기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더워진 날씨에 최근 한 브랜드에서 출시한 오가닉 코튼 소재의 티셔츠를 입는다. 시계는 옥수수 레진과 같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시계를 골라 찬다. 오른쪽 팔에는 며칠 전 플리마켓에서 산 신발 끈으로 만든 팔찌도 잊지 않는다. 양말은 옥수수로 만든 양말이다. 가볍고 천으로 된 가방에 교재를 담고 집을 나선다(재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인물이다).인기쟁이 에코패션 천으로 만든 에코백을 비롯해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패션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에코패션은 에콜로지 패션(Ecol
‘메이홀(May hall)’ 앞에 도착하자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통해 올라간 2층 전시관에는 다양한 색감의 그림들이 있었고, 빨간 창문 앞에는 덩그러니 녹색의자 하나만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 지난 15일 만화가 박재동 씨(62)가 찾아왔다.“광주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며 박 씨의 기자간담회가 시작됐다. 처음엔 신작전을 거절했던 그였지만 메이홀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듣고선 신작전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초대한 메이홀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시민들의 나눔과 물·거름·햇살지기들의 후원으로 운영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전봉준 장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노래의 파랑새는 희망과 행복이 아닌 파란 군복을 입었던 일본군을 상징한다. 민중에게 절망을 준 과거의 파랑새와 달리 오월의 정신을 이어 ‘제대로 된 세상을 희망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시가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2014 민주인권평화전 다.이번 전시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기념하고 5·18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를 지닌다. 전시는 크게 ‘민중의 현실을 직시하다’, ‘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사과 받는데 제가 왜 도망 다녀야 해요?” 영화 속 피해자 한공주가 ‘가해자가 미안해 하고 있으니 봐달라는 탄원서를 부탁하는 경찰에게 한 말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관용을 요구하는 장면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낯설지 않다.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영화 ‘한공주’는 2004년 44명의 고등학생에게 1년간 성폭행을 당한 ‘밀양 여중생’을 모티프로 한 영화다. 당시 ‘밀양 여중생 사건’의 가해자는 모두 전과기록 없이 풀려났다.가해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반면
근심과 걱정, 고민이 많을 때면 다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한 영화감독이 이에 적합한 여행 장소를 소개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하화도’다.하화도 선착장에 내리고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하화도의 마을 이름 유래가 적힌 비석이 눈에 먼저 띈다. 비석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임진왜란 당시 안동 장 씨가 피난 도중 꽃이 즐비한 아름다운 섬이라며 정착해 하화도라고 불리는 설이 있었고, 두 번째는 이순신 장군께서 하화도를 지나다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섬이라고 하여 화도라고 명명했다는 설이 적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만 빼고 ‘뭘’해도 재밌다. 왜, 시험기간만 되면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이유를 알아보고자 배재창 박사(사회문화심리)를 만났다. 그는 “상황 변수가 많다보니 설명이 어렵다”면서도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배 박사에 따르면 상황적 측면과 개인 내적인 측면으로 크게 나뉜다. 상황적 측면부터 살펴보자. 그는 “시험기간 전까지 바쁜 일상을 보내다 시험기간이 되면 여유가 생긴다”며 “이때 평소에는 관심갖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했다.여유로워진 상황 속 내면은 어떨까? 먼저 개인의 시험에 대한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고질병이 돋는다. 공부 외에 모든 일들이 재밌어지고 자꾸만 딴 짓을 하게 된다. 책상 위에 놓인 전공 책은 보기 만해도 잠이 솔솔 오더니, 평소 보지 않던 9시 뉴스를 보자 1시간이 5분 같이 지나가 버린다. 은 시험기간이 되면 달라지는 학생들의 몇몇 행동을 지켜봤다. 김길동 씨는 가상의 인물이다."청소도 재밌어요!"오늘 놀자는 친구들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시험기간을 앞둔 김 씨는 일찍 집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기위해서다. 사물함에서 한껏 꺼내온 전공 책들을 책상에 꺼내놓자 책상 위
지난 2월, 전남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우리 사회는 떠들썩했다. 밝혀진 내막은 충격 그 자체였고 21세기 현대판 ‘노예’를 떠올리게 한다. 사건이 가라앉기 전 시기적절하게 이 개봉했다.은 흑인 감독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이어 미국 교과서 수록되면서 의미 있는 영화임을 보여줬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1840년대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주(州)에서 태어나 자유인의 신분으로 살던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12년 동안 억울하게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