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교차하는 오후 7시. 평소라면 고된 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하루를 마감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를 위해 이때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밤늦게까지 여는 야시장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무려 ‘예술’야시장이다. 왜 ‘예술’이 붙은 야시장인지, 느껴보자.

다양한 볼거리로 남녀노소 즐기는 예술야시장
오후 9시30분. 느지막한 시간에 대인시장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시장 중앙으로 들어갈수록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물밀 듯 오는  닥쳐오는 손님들 덕분에 상인들의 손에서는 달궈진 프라이팬이 놓일 새가 없었다. 구수한 막걸리와 파전의 궁합에 웃음꽃이 활짝 핀 사람들. 흥겨운 야시장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까지. 북적이는 야시장 속에는 남녀노소, 외국인 가릴 것 없이 오고 가며 즐기고 있었다.

▲ 남녀노소 모두 모여 즐기는 자리인 대인예술야시장의 모습.

냄새에 이끌려서일까. 어느새 배는 출출하다며 허기를 내뿜고 있었다. 우리 기자들은 뭔가에 이끌리듯이 파전 집에 들어와 있었다. 파전에 막걸리를 시키자, 어느새 야시장 속에 녹아들었다. 장사를 하시다 한 숨 돌릴 겸, 허기를 채울 겸, 주인아주머니들도 옆에 앉아 파전을 먹었다.

파전과 막걸리가 많이 팔리는 상인들의 효자상품이긴 하지만, 이곳에서는 단순 먹을거리만 파는 것은 아니었다.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야시장이기에 가판대 속에는 직접 만든 팔찌, 인형, 토우, 스티커 등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진열돼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온 한 외국인 남성은 한국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 판매하고 있었다. 두 아들과 같이 야시장에 처음 오게 된 주부 양미란 씨(동천동, 40)는 “대인예술야시장에 처음 왔는데,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팔찌도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따라 야시장에 온 김태환 군(동천동, 8)은 “아이언맨을 제일 좋아하는데 여기서 아이언맨 팔찌를 팔아서 샀다”며 팔찌를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생기가 넘쳤다.

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할수록 일반 시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예술’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상점이 있을 법한 한 평(3.3㎡) 남짓한 자리에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진열해놓은 초소형 예술전시공간이 있었다. 여느 야시장과는 다른 볼거리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번 씩 둘러봤다. 작품 전시 뿐 만 아니라, 공예가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젊은 커플의 초상화를 그리는 있는 화가들도 있었다. 재미있는 플래카드를 발견하기도 했다. ‘전라도말 대회’는 이미 시간이 지나 보진 못했지만 대인예술야시장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 화가가 젊은 커플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대인예술야시장은 하나의 축제 같았다. 예술가들의 작품전시, 싱어송 라이터들의 길거리 공연 등 시민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문화 콘텐츠들로 야시장의 열기는 식을 새가 없었다.

‘예술’시장의 한편

▲ 남녀노소 모두 모여 즐기는 자리인 대인예술야시장의 모습.

기존 야시장과는 다른 예술과의 융합 덕분에 대인예술야시장은 성황을 이뤘지만 상인들의 유입으로 상업화 되고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토우 작가인 장윤환 씨는 “대인예술야시장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작업하고 작품을 내놓기엔 좋은 장소이다”고 운을 띄웠다. 하지만 “대인예술야시장이 예술가들로 인해 성황을 이루면서 상인들이 많이 유입돼 상업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화로 인해 현재 예술가들이 다른 곳으로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임대료가 더 올라가면 아마 예술시장의 예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대인예술야시장은 예술과 시장이 하나로 잘 어우러진, 야시장 중에 특색 있는 곳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이다.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시장은 몇 군데 없고, 전통시장이 약화되어가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이 볼 수 없는 곳이다.

한편 대인예술야시장은 매달 마다 열리는 정기 야시장이다. 대인예술야시장에 대한 문의는 대인예술시장 별장프로젝트 사무국(062-233-142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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