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홀(May hall)’ 앞에 도착하자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을 통해 올라간 2층 전시관에는 다양한 색감의 그림들이 있었고, 빨간 창문 앞에는 덩그러니 녹색의자 하나만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 지난 15일 만화가 박재동 씨(62)가 찾아왔다.

“광주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며 박 씨의 기자간담회가 시작됐다. 처음엔 신작전을 거절했던 그였지만 메이홀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듣고선 신작전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초대한 메이홀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시민들의 나눔과 물·거름·햇살지기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예술 공간이다.

박 씨는 “번거롭고 바빠 신작전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메이홀에 대해 듣다 보니 내가 빠져들었다”며 “나한테는 피와 살 같은 <한겨레> 그림판을 이렇게 많이 전시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동구 문화전당역 1번 출구 근방의 화곡식당 위층에 위치한 메이홀에서는 오는 29일까지 박 씨의 신작전 ‘숨 쉬는 이유’를 전시한다. 관람객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메이홀의 2층에서 4층까지 그의 다양한 주제의 그림들이 가난한 이웃들, 숨 쉬는 이유, 아픈 민주주의 등의 주제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번 신작전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약 8년 간 <한겨레> 만평가로 활동했던 그의 만평들을 듬뿍 볼 수 있다.

전시된 박 씨의 그림은 손바닥만 한 크기다. “작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보라”는 평소 그의 조언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그는 “미술을 배워도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적어 안타까웠다”며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에 글도 그림도 자유롭게 그리는 것이다”고 ‘손바닥 아트’를 설명했다.

손바닥 크기의 그림들이지만 그 안에는 박 씨의 삶이 녹아 있다. 소소함과 따뜻함,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그의 그림들 속엔 가득했다. “8,000원의 스케치북과 1만 2,000원의 만년필이 있으면 언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그의 작품을 보러 메이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숨 쉬는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그 이유와 함께 그림들을 보며 ‘진짜’ 자신을 마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냥 구경해 달라. 그리고 손바닥 한 스케치북 사서 낙서해봐라. 무엇이든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끼적거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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