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남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우리 사회는 떠들썩했다. 밝혀진 내막은 충격 그 자체였고 21세기 현대판 ‘노예’를 떠올리게 한다. 사건이 가라앉기 전 시기적절하게 <노예 12년>이 개봉했다.
<노예 12년>은 흑인 감독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이어 미국 교과서 수록되면서 의미 있는 영화임을 보여줬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1840년대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주(州)에서 태어나 자유인의 신분으로 살던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12년 동안 억울하게 노예생활을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내용은 미국의 가장 참혹하고도 수치스런 역사를 담담하게 그려낸 동명의 소설 『노예 12년』을 원작으로 한다. 실화이기 때문에 영화가 가진 무게감이 더욱 느껴진다.
기자는 영화를 보며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떠올랐다. 그 둘의 이야기는 슬픈 모습까지 닮았기 때문이다. 타지에 끌려온 뒤 인권을 무시당하면서 강제적인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는 점이 첫 번째 닮은꼴이다. 단지 흑인이냐 노숙자이냐의 차이일 뿐 두 사건은 매우 닮아있다. 한 장의 편지에 의해 외부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극적인 노예생활 탈출했다는 점은 두 번째 닮은꼴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은 필자를 생각에 빠지게 했고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170여 년이 지난 지금,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우리 안의 폭력성과 인간에 대한 채찍질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당신이 흑인 노예를 가질 권리가 있습니까?…(중략)…노예 제도라는 것은 정당한 게 아니에요” 영화가 후반기에 다다르던 중 백인 베스(브래드 피트)의 대사다. 그렇다, 노예라는 제도는 우리의 인격을 무너뜨리며 임의로 만든 편의의 일부인 것이다.

영화든 현실이든 행복이라는 결말을 갖고 끝났다. 하지만 그들의 결말은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극적인 마무리보다 슬프게 느껴진다. 희망을 끈을 놓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존중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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