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저녁 9시 무렵. 우리 대학 봉지에는 알록달록한 텐트와 타프(천막)가 놓였다. 이 날 행사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 퍼포먼스’ 일환으로 열렸다. 행사장에는 5·18 인권운동가가 그려진 우드마크를 색칠하는 사람들과 인디언 분장을 하고 인디언 흉내를 내는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30여명의 사람들은 인디언 마을의 인디언이 되어 함께 축제를 즐겼다. 어디선가 들려온 흥겨운 노랫소리와 함께 축제의 막이 오르고, 인디언 마을 사람들은 그 공연에 빠져 들었다.

▲ 인디언 분장을 한 아이가 지난달 23일 봉지에서 펼쳐진 인디언 캠핑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퍼포먼스는 민중엔터테이너인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시작했다. 그는 수레를 끌고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를 불렀다. 인디언 마을사람들은 그에 홀리듯 따라가며 같이 춤췄다. 그는 “제 노래가 5·18 민주화운동을 생각하는 즐거운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5·18 민주화운동은 인디언 캠핑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5·18 민주화운동과 서구 침략을 받은 인디언들은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 왜냐하면 둘 다 억울한 희생을 당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이번 공연의 내용이 5·18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5·18 민주화운동의 장소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아프리카 젬베 그룹 ‘아냐포’는 생소한 악기들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인디언들은 전사나 샤먼이 되기 위해 수박 빨리 먹기 대회 등을 열심히 참여해 상품을 받기로 했다. 장작 불태우기는 인디언들에게 뜻깊은 행사였다. 잊고 싶은 기억을 훨훨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 김선화 씨(40)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준비가 많이 돼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허술한 무대에는 커피상자로 만든 조명이 전부이지만 공연자들은 장소에 연연하지 않고 공연을 마쳤다.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공연하는 사람과 관객들이 함께 즐기는 것, 이번 공연의 핵심이다. 비록 짧고 완벽하지 않지만 달콤한 공연이었다.

김꽃비 달콤오월길 문화기획단 관계자는 “인디언 캠핑이 낯설까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가족들이 캠핑의 묘미를 느낀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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