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이 서는 날이면 먼데도 불구하고 부러 시장을 돌아 집으로 갔다. 시장에 가면 예쁜 것들이 많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도 닭 한 마리가 통째로 튀겨지고 있기도 했다. 왁자한 시장을 구경하며 집을 가던 초등학생의 나는 즐거웠다. 오랜만에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밥 먹고 영화보고 카페 가는 평소의 ‘놀이’가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후문에서 160 버스를 타면 20분 정도 소요되는 양동시장. 노란 겉옷을 껴입은 고구마, 김말이 등의 튀김이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는다. 알록달록한 과일, 빨갛게 익은 고추, 알싸한 홍어, 외국인이 파는 수제 팔찌 등을 구경하다보니 양동문화센터(신협 옆 2층)도 보인다. 그곳은 문화행사, 공연, 전시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다문화 가족들의 행복장터(식당, 공방 등)도 있다. 벽면 한 가득 그려진 그림들과 상인들이 한편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걷다보니 출출해진 배를 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았다는 국밥집을 찾았다. 메뉴는 ‘시장국밥(가격 6,000원)’, 국밥 외에도 김밥, 팥죽 등 메뉴가 다양하다. 반찬으로 나온 고추는 국밥에 들어간 들깨 때문에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입안을 깔끔하게 한다. 고추 덕분에 입안이 얼얼해져 국밥집을 나오자마자 카페 어디 없나 싶다. 시장에, 카페라니? 슈퍼를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카페는 딱 두 걸음 걸었을 때 나타났다. 길거리에서 파는 아줌마 표 카페! “이모 차 뭐 돼요?”라고 물으니 “커피, 녹차, 매실, 마, 율무…” 끝없이 말하신다. 작은 수레 안에 생각보다 다양한 차들이 있었다. 나의 선택은 얼얼한 입안을 달래줄 매실차! 가격도 착하다. 따뜻한 차는 500원,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차는 1,000원이다. 양도 종이컵 한 가득이다.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뭘 예쁘지도 않는 걸 찍어가냐”며 웃으신다. “입이 매울 때는 단 게 최고”라며 “손으로 매운 것 만진 다음에도 설탕으로 씻으면 된다”는 충고는 덤이다.

중요한 사실을 잊을 뻔 했다. 양동시장에는 양동통닭이 있다. 닭전길시장을 지나면 통닭집 2곳이 마주보고 서 있다. 어디 갈까 고민 말고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시시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음식, 그리고 사람이 있었다. 지금 곁에 사람이 있다면 묻는 건 어떨까. “우리 같이 시장 갈래?”

※ 양동시장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호남 최대의 시장이다. 건어물 시장(인정시장), 닭전길시장, ㈜복개상가, 산업용품시장, 수산시장, ㈜양동시장 등 6개 시장이 하나로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여러 드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터라 어질게 살라는 뜻으로 양동(良洞)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현재 1,000여개 점포로 구성돼 있다. 

※ 양동시장 가는 법
- 지하철 1호선 양동시장역
- 시내버스:금남59, 금호36, 대촌69, 대촌71, 문흥39, 문흥48, 봉선 37, 송암72, 송정19, 송정99, 용전84, 유덕65, 임곡89, 지원52, 진월177, 진월79, 첨단30, 풍암61, 100,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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