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섹스 혹은 불륜의 기능을 넘어섰다.”

김경례 교수(사회과학연구소)는 모텔이 더는 부정적인 시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고 말했다. 모텔은 단순한 숙박에서 놀이·문화의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터넷에는 모텔 데이트를 위한 커뮤니티도 생기고 모텔 데이트 후기들도 많이 올라온다. 어플리케이션 상위 랭킹에는 주변 모텔을 검색해주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모텔 데이트! 데이트의 장소로 모텔이 선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뭐하고 놀지?
영화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차 마시고 영화보고 밥 먹고… 매번 만나서 무엇을 할지가  연인들의 큰 고민이다.

“오빠 우리 오늘 뭐 할거야?”
“모텔 갈까?”

요즘 그리 낯선 대화는 아니다. 모텔은 음란한 장소, 관계를 맺는 장소를 넘어 하나의 문화 장소가 되었다. 전 씨(남·21)는 “데이트를 계획하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한 곳에서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데이트를 하면서 할 수 있는 놀이·문화가 갖추어져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노래방, 게임방, 비디오방 등 방 문화가 많이 생겨났다. 이러한 방 문화의 연장선에서 모텔은 다락방과 자동차 극장 등 방마다 테마를 잡고 다양한 공간을 재현해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모텔 데이트를 자주 한다는 이 씨(남·24)는 “한 번 만날 때마다 솔직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모텔은 방 하나를 대실해서 다양한 것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데이트 비용은 평균 3~5만원인 반면 대실은 1만 5,000원~3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돈이 들어도 연애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대학생들에게 모텔은 좋은 장소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스킨십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모텔 데이트에 대한 솔직한 답변도 있었다. 실제로 학생들은 방해 받지 않는 둘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모텔을 선호하기도 했다. 정 씨(여·21)는 “솔직히 성관계를 빼놓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오로지 그 목적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연인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다. 자취방도 둘 만의 공간이 될 수 있겠지만, 자기만의 생활공간, 프라이버시 영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취방이 아닌 모텔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렇듯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모텔을 학생들은 합리적이고 다양한 문화공간이 이라는 면에서 데이트 코스로 선택하는 이유다.

모텔 데이트의 이면
모텔 데이트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데이트 코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사정이 있다. 학생들은 저렴한 데이트 코스와 공간을 찾는다. 모텔은 소비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품을 만들고 이익을 챙기는 자본주의 사회 속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취업에 온 힘을 쏟는 대학생들은 여유롭지 못한 현실 속에서 다른 데이트 문화를 생각할 여유가 없기에 모텔 데이트 코스를 만들어 낸 것 것은 아닐까. 김 교수는 ”대학생들이 돈을 매개로 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에서 놀거리, 데이트 코스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사회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학생들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조금의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남·21)는 얼마 전 “여자 친구에게 모텔 데이트를 하자고 했더니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 씨의 사례처럼 모텔 데이트가 대학생들의 전반적인 데이트 문화는 아니다. 과거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한 듯 하나 모텔은 여전히 부정적인 장소로 인식된다.

사회전반적인 시선에 대해 김 교수는 “사회는 여전히 ‘학생이 공부나 할 것이지’라고 생각 한다”고 했다. 대학생들도 사회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기에 사회의 시선을 피하면서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모텔을 선택하고 있다.

중흥동에서 무인텔(카운터에 사람이 없고 차고로 바로 들어가서 결제하고 들어가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 ㄱ 씨는 “무인텔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주위의 시선을 여전히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모텔보다 더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는 무인텔이 모텔보다 선호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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