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맥주다. 마른안주, 치킨, 치즈스틱, 봉지 과자 어느 녀석과도 잘 어울리는 맥주. 맥주를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두 남자를 만났다. ‘모든 나라의 맥주를 먹어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남자와 맥주를 담그고, 맥주 한잔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남자. 그들이 맥주를 사랑하는 방식을 들어봤다.

■ 비어헌터 이기중 교수
“맥주는 인생의 동반자”

맥주에 푹 빠져 지내다 ‘비어헌터’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맥주 1인자가 된 이기중 교수(인류). 대학 때부터 맥주와 함께한 그에게 맥주는 인생의 동반자다. 그는 “요즘처럼 국내에 세계맥주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 일본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보다 수십 년 앞선 새롭고 다양한 맥주문화를 접하고 지적 궁금증을 갖게 됐다”며 “10년간의 미국 생활 중 훨씬 다양한 맥주를 접하고 일어와 영어로 된 관련 서적들을 읽어갔다”고 말했다.

110여개국 이상의 나라를 여행하며 맥주를 맛보고 즐긴 그는 지난 2008년 50일 동안 유럽의 비어로드를 다녀온 후 ‘유럽맥주견문록’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작고 허름한 펍에서 그 나라의 맥주를 마실 때면 ‘내가 이 나라에 왔구나’하는 게 느껴진다”며 “광주에서도 좋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조그마한 펍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독보적인 청량감과 ‘홉(Hop: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원료로 맥주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줌)’으로 인한 깊이 있는 쓴맛을 맥주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맥주는 와인, 위스키, 막걸리보다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며 “우리나라 맥주는 고가의 수입 원재료인 홉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맥주 맛은 아시아권 꼴찌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비어헌터에게도 가장 맛있는 맥주는 일과가 끝난 후 마시는 맥주다. 그는 “일을 끝내고 9시쯤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며 “맥주는 가장 편안한 소통 수단으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편히 마실 수 있는 술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고의 맥주 안주로 ‘공복’을 이야기했다. 배부른 상태로 맥주를 마시지 말고 공복상태에서 맥주 맛을 제대로 느끼라는 것이다. 그는 “적당한 거품과 각각 맥주에 맞는 전용 잔도 제대로 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맥주에 사로잡힌 맥주 사냥꾼. 이 교수의 맥주사랑은 계속된다. 오는 11월 중순에는 유럽의 비어로드에 이어 서울의 좋은 펍들을 소개해주는 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사람들이 풍요로운 맥주문화를 누렸으면 좋겠다”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맥주 펍 기행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문나래 기자 narae304@naver.com

■ 맥주 마이스터 송승철 씨
"맥주는 소통의 즐거움"

맥주 한잔, 그리고 사람과의 만남으로 맥주 마이스터 송승철 씨의 저녁은 시작된다. 그가 만드는 맥주는 무엇이 특별할까?

송 씨가 운영하는 수제독일맥주집의 바는 사장님과 손님들의 이야기소리로 시끌거린다. 한국인 손님보다는 외국인 손님들이 더 많이 있는 그곳은 앉는 순간 모두 친구가 된다. 그는 “내가 타지에 오랫동안 외국인으로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오면 조금 더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문제부터 친구관계까지 외국인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을 도와주려 애쓴다. 그는 “맥주한잔이면 친구간의 사소한 다툼은 금방 풀어진다”며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송 씨에게 맥주는 소통이다. 그는 “좋은 사람들, 소통이 되는 이야기가 좋다”며 “이런 자리를 만드는 건 맥주”라고 말했다. 매일 시원한 맥주와 사람들, 그리고 끊임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그의 가게는 그의 즐거움이다.

송 씨는 독일 뮌헨공과대에서 맥주 제조학과를 졸업한 맥주 마이스터이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직접 술을 담아 지인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보고 자란 그는 오랫동안 맥주장인을 꿈꿨다. 고등학교 시절, 어릴 때부터 들어오던 “너도 크면 할아버지에게 술을 대접해 줘야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이 진로선택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다른 술도 많았지만 그가 맥주를 만든 이유는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송 씨가 망치질한 테이블, 의자, 탁상, 창문들로 꾸며진 가게 안에는 그가 만든 밀맥주를 마시는 손님들로 가득 차있다. 그는 “홉의 향이 짙은 씁쓸한 맥주를 좋아하지만 손님들이 좋아하는 마일드한 맥주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의 밀맥주는 특별하다. 그는 독일맥주순수령에 따라 맥아, 홉, 효모, 물만 넣고 맥주를 만든다. 독일에서조차 이제는 규제가 완화되었지만 그는 꿋꿋이 독일맥주순수령을 따르고 있다. 바로바로 만들어 파는 맥주라 방부제도 당연히 첨가되지 않았다.   

송승철 씨가 직접 담근 맥주.

송 씨가 만드는 것은 맥주뿐만이 아니다. 그가 직접 고기를 갈아 양념하여 만든 독일식 소시지는 가게의 인기 메뉴이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손님들에게 내놓는 것도 큰 즐거움”라는 그는 양배추 절임인 사워크라우트와 소시지, 그리고 독일식 훈제고기를 맥주안주로 추천한다. “사람들과의 이야기마저 맛있는 안주가 된다”는 그는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정소은 객원기자 jse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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