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의 날씨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쌀쌀하다. 그래도 꽃은 피고 사람들의 옷에서 봄이 시나브로 지나감을 느끼고 있다. 새 학년이 되고 학과 MT도 다녀오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공부일촌, 이뭣고 교학상장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도 하고, TOEIC 스터디하며 벌금도 내고, 주말에 봉사활동 다니고.지금은 바쁘게 살고 있지만 이런 생활이 몇 년 후에는 추억이 될
최근 친구들과 모이면 나누는 핫이슈는 성범죄와 관련한 사건들이었다. 아동부터 시작하여 청소년,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무차별적으로 성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남성도 피해자인 경우도 있지만 연일 뉴스에 터지는 보도들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나와 친구들의 성별 역시 여성이기에 성범죄와 관련된 최근 보도들은 우리를 위축되게 한다. 가령 호루라기나 호
자치기, 딱지치기, 씨름, 닭싸움, 겨울에는 토끼몰이, 그리고 칼싸움, 총싸움... 이것은 내가 유년시절에 즐겨했었던 놀이들이다. 그랬다. 나는 유년시절을 거의 놀이로 보냈다. 그때는 노는 것이 가장 즐거웠고 그래서 잘 노는 친구가 우리들에겐 대단한 인물(?)로 보이기까지 했었다. 그러다가 형, 누나가 그랬듯이 광주로 전학을 왔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온
2000년을 즈음하여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한 인터넷 업체들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였으며, 급속하고 광범위한 인프라의 확대는 개인적 수준의 연락, 쇼핑,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정치, 언론, 행정 등의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면서 사이버 공간(Cyber Space)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인터넷 열풍이 거품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은 원안의 주요 골자인 행정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고 과학비지니스밸트와 주요기업 및 교육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즉, 현 정부가 세종시의 효용성을 위해서는 수정안의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수정안의 문제는 세종시가 경제적
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역사는 많은 이론들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한 어떠한 이론도 법의 본질을 명확히 묘사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우리가 법이라 인식하는 법실증주의조차, 법의 특성을 완전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법의 흠결을 인정해야 했다. 그만큼 법은 누구나 인식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범주 내에서 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학과에서 제작한 연구노트를 받았다. 첫 페이지를 쓸 때 기분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뭔가 큰 일을 해 낼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 노트부터는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새로 연구노트를 시작할 때마다, 다 사용한 연구노트를 볼 때 마다 뿌듯하다. 그러나, 예전 실험 관련 자료나 참고 문헌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전임자의 연구 노트가
삶은 어떤 사건들과의 마주침으로 이루어져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 아무도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우리에게 언제나 지금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을 요구한다. 그 요구는 사건들로 제시되며, 우리는 거기에 응답하며 삶을 구성해가야만 한다. 그 요구 앞에 섰을 때, 사람마다 또는 사건마다 판단의 척도는 다를
지난 달 24일 KIA Tigers와 SK Wyverns의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7차전이 열렸다. V10을 위해 12년간 기다렸던 KIA와 2007년 이후 연속 3연패를 바라던 SK의 경기는 매 게임 마다 승부를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로 쟁쟁하였다. 마지막 7차전에서는 초반 5:1 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SK의 승리로 쉽게 끝나는 듯하였다. 그러나 K
최근 우연히 『삼국유사』를 다시 뒤적이게 되었다. 그 많은 글 중 ‘김현이 호랑이를 감동시켰다[金現感虎]’는 이야기. 예전에는 호랑이와 인간의 사랑을 즐겁게 읽었는데, 다시 읽는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호랑이는 행복했을까? 「김현감호」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있다. 먼저 김현의 이야기를 보자. 신라의 김현은 밤이 깊도
지난 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총리 후보자의 세금탈루, 병역기피, 뇌물수수, 자녀 병역면제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채,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번 사안이 우리사회의
9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다이어리 월간계획표가 부족할 만큼 취업설명회가 줄을 이었다. 학과 성적이 토익성적이 또는 영어 말하기 시험성적이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내 생애의 첫 이력서 준비하고 자기소개서 쓰느라 밤을 지샌 친구들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대학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고 내가 했던 수많은 일들은 그저 남들이 했을법한 평범한 일이었을
나는 교회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일종의 선입견 탓인데, 내가 만나보았던 교회 또는 선교회의 청년들은 사회변혁에 관심을 가지지도 가난한 삶을 지향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이들은 선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지녔고, 이 세계의 가난과 부조리함에 대해서 신께 기도했지만, 대학에서 데모하는 학생들을 곱게 보는 이들도 진보정당에 관심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혹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발생할 경우 꿈만 같다고 표현한다. 필자에게 있어 지난여름 노무현(盧武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는 정말이지 ‘꿈만 같은’ 일 이었다. 정말이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였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꿈을 꾸었다.
어렸을 적, 방학 숙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그토록 마음을 괴롭게 했던 일기이다. 친구들의 일기를 보며 날씨를 베끼고, 한 달의 일기를 몰아 쓰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 비밀을 간직하던 시절엔 나만의 기록으로 일기를 쓰기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선생님의 검사를 받기 위해 억지로 쓰던 일기이다. 그런데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말해야 아니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고, 모두들 저마다의 ‘무엇’을 품고 거리로 나왔다. 봉화마을로, 광장으로, 무엇보다 자신들의 견고한 일상 바깥으로. 어떤 이는 끝없이 줄지어 서있는 추모객들에게는 모두 어떤 할 말이 있는 것 같다고, 마이크만 들이대면 무엇인가를 쏟아낼 것 같아 보인
5월 비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에 우리가 고대하던 봄날의 여운은 어디로 날려가 버린 걸까. 날로 짙어가는 푸르른 잎이 답답하리만큼 세상은 어두침침하다. “자녀 유학비로, 또 아들 주택 구입비로 사용했다.” 청렴성을 내세웠던 전직 대통령 부부가 기업가에게서 부당하게 받은 돈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내역이다. 나라의 경제난으로 아이가 배고파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눈에 들어오는 예전 기사가 있었다. 계단에서 굴러 머리를 다친 어린 아들을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가던 여자가 교통사고를 냈다. 놀라서 넋이 나가 있던 여자를 지나가던 남자가 발견했고, 주위에서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자 다급한 마음에 여자의 차를 운전해서 병원으로 데려가던 중 음주 단속에 걸렸다. 그런 남자에게 검찰은 기소유예와 함께 운전
지난 4월 20일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며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사법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것은 언론을 장악하고 인터넷마저도 장악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했던 ‘2MB’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사건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경제문제에 둔감한 편이라 미네르바가 인터넷 상에서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어떤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아니 그보다 먼저, 인간이 오직 능동적으로만 살아가는 일은 가능할까? 능동성은 주체성과 맞물리는 말로 수동성과 대비되는 말처럼 보인다. 수동적이라는 것은 나 아닌 것에서 영향 받음을, 자기 자신 속에 머물 수 없음을, 나 아닌 것에 머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