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며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사법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것은 언론을 장악하고 인터넷마저도 장악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했던 ‘2MB’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사건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경제문제에 둔감한 편이라 미네르바가 인터넷 상에서 예측했다는 일련의 예견들이 실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미네르바가 검찰에 의해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인터넷도 정부의 발밑으로 들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미네르바가 무죄판결을 받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희망이 남아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미네르바가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미네르바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익명성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가 바탕인 곳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의 기본권이므로 우리는 누구나 그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며, 미네르바 역시 우리들 중의 한명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그렇기에 미네르바가 무죄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당연히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을 두고 ‘아직은 정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라고 느끼거나 ‘사법부가 대한민국의 명예를 더 큰 망신으로부터 막아준 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서글프게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인터넷에 무언가 글을 올리고 누군가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한 것이 정부의 단속망에 걸려들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숨이 들고 미네르바 판결을 계기로 좋은 교훈을 얻으신 우리의 대통령님과 그의 측근들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밀려드는 기대감에 우울해진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것임을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의 충견노릇에 열중하느라 ‘떡검’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그들이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를 중지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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