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혹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발생할 경우 꿈만 같다고 표현한다. 필자에게 있어 지난여름 노무현(盧武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는 정말이지 ‘꿈만 같은’ 일 이었다. 정말이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였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꿈을 꾸었다.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5년간의 대통령직을 무사히 마치고 시골마을 촌부(村夫)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소식이 들렸다.
후임 이명박 정권은 퇴임한 노 전 대통령에게 폭압적이고 비열한 방법으로 칼날을 줄곧 들이댔지만, 노 전 대통령은 무릎을 꿇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두 다리를 자르는 최후의 방법을 택하였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직업 정치인으로 입문 이후 민주주의 수호,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해체 등을 외치며, 기존의 부정과 불의에 대항해 싸우면서, 매번 현실의 높은 벽 앞에 패배하였다. ‘바보 노무현’은 그런 정의롭고 우직한 성품을 표현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또한 그는 2002년 제 16대 대통령 경선 시기와 대통령 재임시절 매번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면서, ‘냉철한 승부사’ 로 불리어졌다. 도덕적 이상주의자였던 노 전 대통령의 ‘투신(投身)’은 자신의 양심을 건 마지막 도전이자 승부수였다.
2009년 8월 18일 화요일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며 몇 번씩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그리고 대통령 도전 4수 끝에 평화적 여야 수평교체를 통해 제 1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화해와 용서를 강조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건설적 방향을 제시하며 ‘남북정상회담’,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 화합과 통일의 시대를 만들고자 했던 최초의 ‘민주주의’, ‘통일 대통령’이었다. 퇴임 이후에도 노구(老軀)를 이끌며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열정을 바치신 분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임종 직전 병상에서 조차 자신의 몸 보다 걱정하셨는데, 이는 그동안 쌓아 놓은 화해, 평화무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차라리 꿈이길, 그리고 악몽이길 바랬다. 악몽은 눈을 감으면 힘들지만, 눈을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현실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전 대통령에 대한 꿈보다 현실이 악몽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왜 그럴까? 역사의 수레바퀴가 자꾸만 뒤 돌아 가는 느낌이 들고 있다. 오히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으로 느껴진다.
뒤 늦게 나마 故 노무현 前대통령, 故 김대중 前대통령에 대한 冥福을 빕니다. 永眠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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