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역사는 많은 이론들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한 어떠한 이론도 법의 본질을 명확히 묘사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우리가 법이라 인식하는 법실증주의조차, 법의 특성을 완전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법의 흠결을 인정해야 했다. 그만큼 법은 누구나 인식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범주 내에서 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것이 법을 당위의 명제 혹은 강제성의 영역으로 편입시킨 이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사건’은 법이 무엇인지, 법이 가지는 효력의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아동 성폭행범의 행위는 도덕적으로는 사형을 받아 마땅한 것이 사실이다. 그가 행한 성적 쾌락이 한 여자 아이의 생식기 전반을 치료불능으로 만들었을 뿐더러 앞으로 겪게 될 정신적 충격은 또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도 없다.
이러한 까닭에 여론은 그의 죄 값이 12년의 실형에 그친 것에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즉,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아동 성폭력 가해자에게 사형 이상을 바라고 있다. 어떤 이는 해당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법의 개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물론, 가해자의 죄질이나 고의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일면, 수긍할만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사회적 여론이 법을 대신하여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것은 재고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적 안정성의 문제를 넘어서 법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본질적 사유를 요구한다.
실제로 법은 국가권력으로부터의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무의 제한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 말은 법의 개념과 이념을 명백히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그 목적을 전적으로 반영한다. 이러한 법의 목적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건이 법적 안정성이다. 법적 안정성은 행위의 예측가능성을 수반한다. 즉, 예측의 가능함은 개인의 행위의 불법에 대한 일정한 처우를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인 개인 판단의 자율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동 성폭행 가해자의 사형에 대한 논의는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 본 사안은 현행법상 사형을 그 내용으로 하는 범죄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도덕적으로 사형의 선고가 타당하고 모든 국민이 이를 원하고 있더라도 사형의 죄로 몰아갈 수는 없다. 또한 법 개정을 통한 형벌을 소급하여 처벌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양자 모두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의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적 합의가 본 사안의 가해자에게 사형을 승인한다면 법은 더 이상 법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정치적 수단의 하나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법은 그 목적이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 목적은 법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와 같이 아동 성폭행 및 강제추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재정립되었다면 이는 엄격한 절차와 고민의 과정을 통한 입법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동 성폭력의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닌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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