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총리 후보자의 세금탈루, 병역기피, 뇌물수수, 자녀 병역면제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채,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번 사안이 우리사회의 법의식과 정치적 도덕성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래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꼭 짚고 가야할 문제가 있다. 바로 법의 공평한 적용에 관한 문제이다.
법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법은 강제력을 갖는 당위 규범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법은 대상과 무관하게 공평하게 적용됨을 원칙으로 한다. 법의 공평한 적용은 법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법에 대한 신뢰를 낳는다. 즉, 법의 당위는 법의 권위와 위상을 통해 확립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일관되지 못하다. 즉, 대상에 따라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는 병역기피, 세금포탈과 같은 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많은 범죄에 대해 엄격한 비난과 처벌을 규정하여 적용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위정자일 경우는 법의 엄격한 잣대가 배제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사회가 여전히 민주주의의 본질과는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 사회에 위정자들은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이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담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들은 이미 법과 도덕의 테두리에서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이것이 우리사회를 이끌고 있는 위정자들의 모습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플라톤은 위정자의 자격을 엄격히 규정하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실로 철인이라는 말로 위정자를 엄격히 구분하여 선출을 도모했던 것이다. 그만큼 위정자들은 법과 도덕에 있어서 엄격한 잣대 위에 놓여있었다. 그 이유는 위정자가 법과 도덕에 비추어 부끄럽다면 많은 인민들에게 법 준수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호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위정자의 자격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우리사회는 법의 엄격한 적용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하물며 그 대상이 국가를 대표하는 위정자라면 더욱 엄격한 법과 도덕의 잣대가 요구된다.
법이 국가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무를 제한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국가의 위정자는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E.H 카는 ‘역사는 반복의 과정’임을 역설한 바 있다. 지금의 역사가 후세에도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우리사회는 어떠한 판단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또한 위정자들은 자신을 법과 도덕 앞에서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법의 공평한 적용과 위정자의 자세가 정운찬 총리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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