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KIA Tigers와 SK Wyverns의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7차전이 열렸다. V10을 위해 12년간 기다렸던 KIA와 2007년 이후 연속 3연패를 바라던 SK의 경기는 매 게임 마다 승부를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로 쟁쟁하였다. 마지막 7차전에서는 초반 5:1 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SK의 승리로 쉽게 끝나는 듯하였다. 그러나 KIA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격하면서, 결국 5:5 동점까지 이르렀다. 나지완 선수의 9회말 1아웃 끝내기 홈런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썼으며, KIA Tigers는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30여 년 동안 운영되어온 한국프로야구는 이처럼 영광의 순간들도 있지만, ‘어두운 출신배경’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는 널리 알려진 대로 전두환 5공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5공 정권은 2번의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피’는 정권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무엇보다도 권력의 정당성(정통성)확보가 시급했으며, 국민들이 민주적 권리의식과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도록(탈정치화) 하는 다른 관심거리가 필요하였다. 그 방법으로서 전두환 정권은 3S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으며, 프로야구는 그 연장선에서 출범되었다. 전두환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유일무이하게 개막전에서 대통령이 ‘시구’를 하는 등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과업을 표출하고자 하였다.

3S는 ‘거대한 대중소비문화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비정치적 영역에 집중시킨다는 경험적 가설을 토대로 하여 대중의 관심을 스포츠(Sports), 영화(Screen), 성(Sex)에 집중시켜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대중을 양산하려는 정책’을 일컫는다. 좁은 의미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스포츠, 영화, 성’ 이 이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이 벌인 피 비린내 나는 혈투가 로마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마비시켰고, 나치 히틀러 정권은 베를린 올림픽을 이용하여 독일 시민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켰다. 이처럼 주로 독재정권(혹은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이 국민을 동원하고, 국가가 정한 목표에 집중케 하기 위해 이용되어 온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스포츠의 순수성은 사라져가고 정치인들에 의해 ‘OO올림픽 유치, OO대회 유치’ 등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스포츠가 이용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KIA의 우승이 확정된 며칠 후 박광태 광주시장은 마치 우승을 기다렸다는 듯이 ‘광주 돔구장 건설 MOU체결’ 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였다. 박광태 시장의 발표가 순수한 의미로서의 행동이 아닌 2010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쉰 떡밥’으로 느껴지는 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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