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다이어리 월간계획표가 부족할 만큼 취업설명회가 줄을 이었다. 학과 성적이 토익성적이 또는 영어 말하기 시험성적이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내 생애의 첫 이력서 준비하고 자기소개서 쓰느라 밤을 지샌 친구들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대학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고 내가 했던 수많은 일들은 그저 남들이 했을법한 평범한 일이었을 거란 생각에 한 글자도 쓰지 못하거나 열심히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문맥도 이상하고 논리도 안 맞고 대략 난감한 모드이었을 거다.
후배들이 빼꼼히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와 조용히 내민 자기소개서. 이들의 서류를 볼 때면 나의 첫 자기소개서가 생각난다. 대학 4학년때 쓰기 시작한 첫 자기소개서는 이력서와 함께 지원 업체에 유리할 법한 내 이력들을 바꿔 쓰여지고 20개 이상의 업체를 거쳐 첫 합격점을 받았다. 그 동안 학교 입학원서며 직장을 옮길 때마다 썼던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모았으면 내가 늙어서 자서전을 낼 때 첨부하면 또 다른 맛이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해본다.
이력은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40매 클리어 파일을 하나 마련한다. 그리고 그동안 모은 성적표, 자격증, 확인서를 정리한다. 확인서는 없으나 내가 열심히 했다고 생각된 활동들-아르바이트나 무심히 방문한 곳이었지만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곳, 재미있게 봤던 책이름, 영화 제목, 인상 깊었던 영화배우, 리포트 등등-종이에 간단히 메모하여 끼워 넣는다. ‘나중에 컴퓨터로 정리하지’ 하면 늦는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나의 생활 패턴이 어떠했는지 정리가 된다. 10년 후에 이 파일을 보았을 때 꼭 들어있으면 하고 생각하는 일들을 10가지 적어서 파일에 끼운다. 파일을 정리할 때는 뒤쪽부터 채워서 최근 일이 앞쪽으로 오게 하면 비어있는 비닐홀더를 보며 좀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이 작업은 내 경험으로 시험기간 일주일 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시험을 앞두고 책상정리 하는 것처럼.
이렇게 모아놓은 폴더는 내가 생애 첫 이력서를 쓸 때 내 스스로 기특하다 생각할 정도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또한 비어있는 비닐 홀더만큼 내가 채워야 할 꿈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신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폴더가 자기소개서의 ‘장점’란에 등장할 수도 있다. 내 꿈과 시간을 잘 관리하는 사람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작업의 시간이 길어지면 그 사람의 모습에서 묻어나겠지만.
여기에 한 가지 팁을 붙이자면 자신의 사진과 이름 연락처 e-mail주소가 적힌 나만의 명함을 만들자. 명함을 내민다는 것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묘한 매력이 있다. 아는가 취업설명회 때 내가 내민 명함을 받아든 사람이 나중에 나의 인생 멘토가 될지도. 생애 첫 자기소개서를 쓰는 친구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나의 과거가 아닌 나의 꿈과 미래를 담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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