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번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집으로 달려가기는 쉽지 않잖아요.”

신이안 씨(사회·17)는 입학 때부터 직접 요리한 비건식을 먹기 위해 자취를 했다. 그러나 바쁜 일정 속 요리를 해먹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시간표를 짜기란 쉽지 않았다. 도시락을 먹는 방법도 있지만 코로나19로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그는 “해봤자 학생 식당 정도인데 그것도 사람에 따라 눈치를 보며 못 먹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비건의 ‘유형’을 물었을 때 신 씨는 “구분하기 어렵다”며 “완전 비건을 지향하지만 피치 못할 상황에서 고기를 먹기도 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렇다고 나를 플렉시테리언이라 정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취사가 어려운 곳에 살거나 급식을 먹는 등 부득이한 상황에서 유제품을 먹었단 이유로 ‘유제품을 먹는 비건’이 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이 비건 지향에 걸림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새로 출시된 비건 만두를 사러 갔다가, 바로 옆에 논비건이고 구성도 똑같지만 가격이 더 싸고 원 플러스 원(1+1) 행사를 하는 것을 봤다. 그는 “어떤 걸 사도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다”며 “돈도 꽤나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요즘은 대면 수업으로 만난 비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비건식을 나누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름하여 ‘시그니처 가정식’으로 특식은 토마토 카레이고, 한식으로는 미역국과 두부 조림이 있다. 그 밖에도 정보 교환을 하거나 비건 옵션이 되는 식당과 카페를 함께 찾아가기도 한다.

신 씨는 비건이 선한 일을 ‘더’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폭력을 ‘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여건 때문에 비건을 포기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른 사람도 비건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기보다 함께 참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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