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응답 73%, “채식 식당 부족” 어려움 꼽아
“채식주의자, 고려되지 않는 존재 느낌에 씁쓸”

학생들, 교내 채식 학식 도입 원해
“대학은 지속적 비거니즘 교육 실천해야”

<전대신문>이 실시한 ‘우리 대학 채식주의 현황 및 인식조사’에서 채식주의자라고 응답한 학생들은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으로 채식 식당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을 지적했다.

한 응답자는 “채식 가능한 식당이 적어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 가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채식 학식 도입을 위해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메뉴를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거니즘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응답자는 “비건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며 “비거니즘이 지닌 사회적 의의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채식 식단 생기길”

고등학생 때까지 페스카테리언(유제품과 어패류는 섭취)이었다고 말한 응답자는 “대학 주변에서 채식이 가능한 식당을 찾기 힘들어, 플렉시테리언(상황에 따라 육류 섭취)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채식주의자의 73%(17명)가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으로 채식 가능 식당의 부족을 뽑았다.

2013년부터 비건 지향을 시작한 노고운 교수(문화인류고고)는 “교내는 물론, 학교 주변에서도 비건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찾기 힘들다”며 “교내 식당과 카페에 비건 옵션 음식과 음료가 제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식 학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채식 식단이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생기면 좋겠다”와 같이 교내에 채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43%(10명)가 응답했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독일언어문학 명예교수)는 “채식 식단 도입은 채식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와 식단 선택에 관한 연관성을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기후위기 완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채식 메뉴를 제공해 채식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소재 4개의 대학 식당은 작년 10월부터 식당 메뉴의 68%를 비건식으로 제공한다. 탄소 배출 억제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학생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조 대표는 2013년 독일에 있을 때를 언급하며 “채식을 하지 않는 학생도 자주 먹을 정도로 채식의 접근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구가연 씨(철학·19)는 “독일은 환경과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채식하는 사람이 많다”며 “학교 안팎에서 채식하기 쉬운 환경이다”고 말했다.

“비건 지향 밝히기 어려워, 인식 개선 필요”

한 응답자는 “혼자서는 거의 비건식을 먹으나 여럿이서 식사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육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건이 유난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 때때로 비건 지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17%(4명)가 비건에 대한 오해로 인해 사람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을 꼽았다.

“간식을 나눠주는 학교 행사에서 무언가 먹을 수 있던 적이 없어 어디서도 고려되지 않는 존재가 된 느낌에 씁쓸했다. 채식과 환경에 친화적인 대학이 되길 바란다” “사람들이 비거니즘을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인식 개선 활동들이 있으면 좋겠다”와 같이 17%(4명)의 응답자가 학내 비거니즘 인식 개선 교육을 바랬다. 학내 비거니즘 교육에 관해 조 대표는 “소수가 오더라도 대학에서 비거니즘과 관련된 영화제를 개최하고 책을 전시하는 등 학생들이 비거니즘에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비거니즘이 아니면 당장 우리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영 씨(생활복지·17)는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학내 교양공모전을 통해 비거니즘 수업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대학도 비거니즘 수업이 생겨 비거니즘의 접근성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씨는 “채소만 먹는데 살이 안 빠졌다는 등의 외모 평가를 당할 때 당황스럽다”며 “비건식으로 먹으면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채식으로 인한 영양 부족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베지닥터 정인권 원장은 “지금은 영양부족이 아닌 지방·단백질 과다를 경계해야 한다”며 “채식으로 영양이 부족하지 않게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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