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죄의식이 동반할 때
보름에 붉은 비극이 읽힐 때

고백할 수도 고해할 수도 없는 십자가를 등에 지고
하룻밤을 또 지새울 때

미간이 저려오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삼키고
절벽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얼굴들을 떠올린다

약속한 마지막 인내가 못내 버거울 때
영원이 되어버린 찰나에 명치가 아려올 때

늦은 밤 장례식장을 벗어나
검고 눈이 부신 도로가 달려들 때

젖은 종이냄새가 나는 음악이 들려오고
반쪽짜리 달의 젖먹이일 적이 떠오른다

메마른 눈가를 바라보며 왜 우느냐 물어보는
그의 어깨 너머로 가을이 빨갛게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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