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별개로 세상은 늘 아름답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되뇐다. 행복과도, 불안과도, 기쁨과도, 슬픔과도 별개인 환상 속 아름다움. 전도의 음악, 자의식의 소설, 이미지의 시, 꿈의 영화. 그리고 거리감 속에 찾아온 모든 이들의 얼굴과 이야기들.

그 모색창연한 아름다움은 안정과 동의어이기도 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사유와 감정에서 벗어나 환상 속으로 나아가는 자유의 감각. 문득 가벼워지는 자아의 무게. 찾아드는 평온의 에피파니.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 삶의 의도 또한 늘 어수선하게 타자를 빗나가기 마련이었다. 너와 내가 악의 없이도 갈등에 놓여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얼굴 위에 드리워진 트라우마의 그림자와 우린 어떻게 화해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타협하고, 무엇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걸까? 이 모든 생각의 무게를 누군가가 받아주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회에 속하지 못한 개인의 행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산란하는 생각을 붙잡아 만든 논리의 성벽도 끊임없이 어렴풋해지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렇다면 방으로 숨어들어야 할까? 그럼에도 당신들과 함께해야만 할까? 둘 다 정답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까지고 노인처럼 진지해질 수도, 어린아이처럼 가벼워질 수도 없으니까.

그렇게 되뇌는 별개의 아름다움 앞에서, 하염없이 휴대폰 혹은 노트북 액정 위로 눈을 굴려대며 만들어 낸 수많은 별개의 것 중, 시.

시는 내 모든 구체화의 시작이었다. 음악의 모티브이자, 평론의 첫 문장이었고, 영화의 한 쇼트이거나 소설의 한 장면이었다. 그 모든 어지러운 생각 속에서 처음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 오로지 눈만으로 존재하는 감각. 시선만으로 세상에서 나를 절개해 내는 연습.

시로 당선이 되었다는 건 뜻깊은 일이다. 상의 의미를 과잉하는 건 구차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말처럼, 상은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세상의 격려이자, 작품과 관계없이 그것을 만드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임을 체감한다.

부족한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많은 분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중 두 분을 생각하며 이 거창한 수상소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처 없이 인터넷을 헤매던 내게 글이 멋진 것이라는 걸 처음 가르쳐주고 20대를 함께 살아와 준 내 친구 S. 그리고 보기 드물게 진지한 학생이라는 말을 건네주신 철학과 K 교수님. 그 두 분이 내가 품은 인정의 전부였다. 곧 또 다른 형식, 또 다른 별개의 아름다움 속에서 찾아뵙기를 소망한다.

이성록(수의·17)
이성록(수의·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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