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의 투고작을 정독했으되 심사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상 현상」과 「유랑의 끝」이 발군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설의 기본기라고 여기는 요소들(정확하고 안정된 문장력, 소설적 문체, 플롯의 완결성, 인물의 개성적 형상화 등)을 충실히 갖췄고 기존의 소설들과 차별화되는 나름의 개성 또한 오롯했다. 일정한 미학적 성취에 도달한 소설들이었다. 두 단편은 우열을 논할 수 없는 그저 서로 ‘다른’ 소설이었지만, 오로지 앞서 기본기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나타난 약간의 차이에 근거하여 「정상 현상」을 당선작으로, 「유랑의 끝」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정상 현상」은 나무랄 데 없는 소설이었다. 동생의 신이(新異)한 능력을 둘러싼 판타지적 설정은 그럴듯하게 연출되었으며 그로 인한 형제 간 갈등 및 이후 비밀을 공유하고 마침내 그 광경을 목도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거기에 내포된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 또한 묵직했다. 어쩐지 쓸쓸하고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것을 서술하는 문체는 미묘하게 서정적이었다. 실로 만만치 않은 공력이 엿보였으며 투고된 소설 중 미학적 완성도에 있어서 가장 탁월했다.

「유랑의 끝」은 지식인적 자기 성찰과 만담을 중심으로 한 주지적 소설의 계보에 놓이는 작품이다. 오늘날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형식의 소설이라 반가웠다. 화자의 수다스럽지만 나름 진지한 태도로 이루어지는 부단한 진술이 흥미로웠고 그 속에서 유랑과 정착의 의미를 포함한 다양한 삶에 관한 성찰을 드러내는 아포리즘과도 같은 문장을 읽어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아내를 두고 바람피우는 남성을 수미상관식으로 배치한 플롯은 이 소설이 그저 지적인 수다와 대화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방증했다.

이외에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반달가슴곰 가족」이었다. 산 속에 유기된 아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의사(疑似)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신화나 전설처럼 거침없이 서술해가는 패기와 박력이 압도적이었다. 사실과 허구, 소설과 이야기에 관한 근본적인 통찰 및 그것에 근거한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묻고자 하는 도발적인 문제의식이 그 내용과 형식을 통해 흥미롭게 구현되어 있었다. 서두에서 언급한 소설의 기본기에 관한 고민을 조금 더 해내간다면 앞으로 대단히 파격적인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조형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조형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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