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우리 대학 국어문화원과 함께하는 전라도 사투리 열전

1. 어휘 편/진도

2. 문법 편/곡성

3. 발음 편/강진

4. 억양 편/화순

 

화순군 청풍면 평지길 차리마을 방문···강세, 장음에서 느껴지는 억양적 특성

겨울이 다가오는 듯 나무들이 가지를 드러냈지만, 추위를 물러나게 하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전대신문>은 전라도 사투리를 찾아 지난 11월 27일 화순군으로 네 번째 여정을 떠났다. 화순군 청풍면 평지길 차리마을에 드러서자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범바위산의 절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갔을 땐 거대한 당산나무가 반겼다.

투박한 말투 속 청풍에 대한 애정
한참 시합 중인 마을 게이트볼장에 찾아갔다. 청풍 게이트볼 분회 회원이라는 양동욱 씨(72)는 마을 이름이 쓰인 모자부터 청풍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청풍이라는 지역이 원래 2개의 면이었어. 청풍면이 되기 전에. 세척면허고 신풍면허고 두 개의 면이 114년 전에 글씨를 하나씩 따가지고 신풍, 세풍. 그래가꼬 청풍면으로 행정구역이 바꿔져서 지금까지 청풍면이라고 이름을 불러. 그 다음에 인자 보면, 이 지역의 특징인 것이 마을마다 비석 앞에 돌아보면 효성, 효자비, 독립운동가비 이런 비가 참 많어.”

양 씨는 첫음절인 ‘청’에 강세를 주었다. 이어진 문장에서도 첫음절인 ‘청’에 다시 강하게 발음했다. 전라도 사투리에는 첫음절에 강세를 주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후 ‘두 개의’와 ‘전에’에도 강세가 있는데, 이는 휴지 앞 음절에 강한 강세를 주는 경우로 전라도 사투리에서 나타나는 억양적 특징이다. 또한, 양 씨는 보통의 세기를 유지하다가도 강조하고 싶은 단어로 파악되는 ‘신풍, 세풍, 청풍’을 강하게 발음하기도 했다. 청풍에 대한 역사와 자랑거리를 막힘 없이 얘기하는 그는 청풍이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말한다.

전라도 사투리의 정취

마을을 다니던 중 텃밭에서 무를 캐고 있는 양순임 씨(70)를 만났다. 전라도 사투리에서는 장음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46년간 이곳에 머물고 있는 양 씨도 전라도의 정취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 씨는 “나는 요양 일을 해. 할머니들 요양해주는 거. 그래가꼬 지금 세 명 하고 있거든”이라고 대답했다. 양 씨는 ‘나’와 ‘세’를 길게 늘어뜨려 발음했다. 첫음절에 길게 늘어뜨리는 장음을 활용하는 전라도 사투리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장 마지막 ‘있거든’에서는 길게 늘어뜨리다가 올리는 억양적 특징을 보였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쉬는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 씨는 “그러제 오늘 일요일이라 쉬어”라며 “가서 청소허고 밥 짓고 빨래허고 다 해주면 시간되믄 할머니하고 놀다가 오고 그게 일이여. 내일 밥까장 앉혀놓고 올 수도 있고. 그게 일이여. 근데 요양 일은 바깥일을 모대. 원래가 요양 일을 하믄 바께일은 모다게끔 되어있어. 그래서 집안일만 해. 시간이 금방 가브러”라고 자신의 일상을 담담히 말했다.

이때 양 씨는 ‘그러제’를 발음할 때 길게 늘이다가 한 번 잡아채 올리는 방식을 취했고, 마지막 문장 속 ‘가브러’에서도 ‘그러제’와 같이 장음을 보이다가 잡아채 올리는 형식이 나타났다. “청소하고, 밥 짓고, 빨래하고”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고’에서도 표준어보다 강한 장음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양 씨는 “무로 김치 담아놓으면 맛있어. 묵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말했다.

사투리와 함께 한 삶

“무슨 관데 이런 걸 한 대?”라며 지나가던 방신자 씨(77)가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기자들에게 물었다. 표준어에선 의문문일 때 끝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라도 사투리에서 의문문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방 씨는 질문을 건네면서도 문장의 끝을 내리는 식으로 발음했다.

마을에서 60년 동안 머물고 있다는 윤양순 씨(89)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다며 마을 입구에 있었던 당산나무와 마을회관에 관해 얘기했다.

“거기서 여름에 모여서 놀고 이야기허고 놀아. 거거 얹아서. 마을 회관에서도 모여 이야기허고 놀고 거거서 밥 해묵고 놀았지. 근데 요샌 아니여.”

윤 씨는 사투리를 조사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사투리가 뭐다냐?”라며 “뭐가 생각난다냐. 맨날 하는 말이라 몰러”라고 답했다. 윤 씨의 삶은 무엇이 사투리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만큼 사투리에 깊이 스며들어 보였다. 오랫동안 사투리와 더불어 살아왔던 이들에게 사투리란, 삶 그 자체인 것이다.

※ 이번 호를 끝으로 4번에 걸쳐 연재한 '우리 대학 국어문화원과 함께하는 전라도 사투리 열전' 기획을 끝맺습니다. 전라도 사투리 기록에 성원해 주신 주민분들과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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