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군동면 내동마을 방문
한디, 안가, 가꼬 등 음운 변동 특성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11월, <전대신문>은 전라도 사투리를 찾아 지난 5일 강진으로 세 번째 여정을 떠났다. 군동면 깊숙이 자리한 내동마을 마을회관에서 주민 3명을 만났다.

논농사에 몸담아왔던 삶
추수의 시기가 지나고 겨울이 찾아오는 지금, 강진의 논은 모든 수확이 끝난 모습이었다. 강진에서 태어나 60년 넘게 이곳에 머물고 있는 최연례 씨(64)는 담담하게 자신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태어날 때부터 순전히 논에서 살았지. 시골에서는 벼농사. 참깨도 허고, 배추, 무, 그른거 다 해. 고추도 좀 한디, 유명한 거는 파프리카고. 파프리카를 우리 군동에서도 많이 한디, 남포서도 엄청 크게 해. 지금은 딸기. 옛날에는 딸기 전문으로 했는디, 지금은 다 아프고 나이 묵고. 올해는 두 집 배께 안 해. 나이 묵고 아프고 그란께.”

밭보다는 논농사를 주로 했던 최 씨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들었던 강진의 논농사에 관해 설명했다. 젊었을 적에는 직접 딸기 모종을 만들어 성의를 다했던 그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가오는 육체적 힘듬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 상황을 이야기하는 최 씨의 말끝에는 사투리가 녹아있다. ‘했는디’와 같은 ‘-ㄴ디’는 표준어 ‘-ㄴ데’의 사투리다. ‘하는데’가 ‘한디’로, ‘했는데’가 ‘했는디’로 발음되는 것은 전라도 방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단모음 교체다. ㅣ/ㅔ/ㅐ가 각각 고·중·저모음이지만, 전라도에서는 중모음인 ‘ㅔ’가 대부분 고모음인 ‘ㅣ’로 발음된다.

군동면 내동마을회관으로 들어서자 주변 어르신들께서 ‘농사의 전문가’라고 부르는 김정묵 씨(74)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씨는 지난 20년간 마을의 이장을 맡아왔고, 지금은 군동면 자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수라 불린 만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사에 관해 말을 얹었다.

“논둑을 비고 아주 힘들제. 논둑 비기도 해야하고, 날마다 논둑에 다가 물을 대줘야제. 없으며는 양수기로 퍼줘야 대고. 물 대기를 하루도 안 빠지고 해줘야 돼. 쉴 참이 없어”

마찬가지로 김 씨의 말에서도 ‘날이 있는 연장 따위로 무엇을 끊거나 자르거나 가르다’라는 의미의 ‘베다’가 ‘비다’로 발음됐다.

강진만의 행사, 안가 모른가
“풍동 남 미륵사라고 안가 모른가. 몰겄네? 엄청 커. 관광지 얼마나 많이 온지 몰겄다. 아주 도로까지 차가 밀려가꼬 갈 데가 없어. 철쭉 필 때. 그 때 아주 사람이 엄청 많어.”

최 씨와 함께 강진에서 지내왔던 최연득 씨(68)는 기자에게 강진의 유명한 관광지와 축제에 대해 언급했다. 방문 당시 강진은 갈대 축제 기간이었지만, 2월에는 청자 축제를 진행하고 미륵사는 하나의 관광지로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한다. 김장철에는 미륵사에서 몇천 포기의 김장을 진행해, 절에서 강물에 배추를 절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강진의 관광지에 대해 최 씨는 ‘미륵사를 안가 모른가, 몰겄네?’라고 물었다. 표준어로는 ‘아는지 모르는지’지만, 사투리로는 ‘-느-’가 탈락하며 ‘안가 모른가’로 표현된다.

“딸기 수확해가고…기쁘제”

매년 반복되는 농사에 최연득 씨는 “허리 수술을 해야쓰가 말아야 쓰가 고민중이여. 그란디 지금 계속 약을 머그니까 우선은 괜찮한디. 일만 하며는 허리를 못 펴, 꼬부라져브러”라고 말했다. 추수를 마무리하고, 겨울이 다가오면 김장을 해야하는 시기다. 추수로 인해 뻐근해진 몸에 김장을 앞두고 걱정 가득한 한 마디를 말했다. 그럼에도 최연례 씨는 “가장 기뻤을 때는 딸기 해가꼬, 수확해가꼬 나왔을 때. 딸기가 뻘거잖아. 이놈 따서 얼마나 하까. 그 때가 기쁘제”라고 이야기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최 씨는 힘들었지만, 결실을 맺는 수확의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 사투리 ‘가꼬’는 표준어로는 ‘가지고’로 동사 ‘가지다’의 활용형이다. 어간 ‘가지-’에 연결어미 ‘-고’가 붙어서 이루어지는 말로, 전라도에서는 발음하며 자음 ‘ㄷ’ 탈락해 ‘가꼬’로 발음된다.

무심한 듯 각자가 보내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투리도 습관처럼 우리 삶 속에 배어있다. 발음상 표준어와의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사투리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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