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전북대, 학내 카페에 다회용컵 도입·반납함 설치
학내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없이 소각
공무원들 공유컵 이용률 높아, 시민들은 “아직 번거롭다”
광주시 전체 다회용컵 이용 누적 횟수 10만 5천 건
“미래 세대 고려해야 한다”

지난 2일 공과대 카페 팬도로시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일 공과대 카페 팬도로시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6일 제1학생마루(1생)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만 5봉지다. 공과대 4호관에서는 총 4봉지가 나왔다. 우리 대학 환경관리원에 따르면 일주일 기준, 인문대 1호관 약 4봉지, 인문대 3호관 약 2봉지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온다. 노덕순 1생 환경관리원은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이 음료를 마시고 나오는 컵이다”며 “구체적인 수는 모르겠지만 매일 어마어마하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공과대 카페 ‘팬도로시’ 직원 정소연(29)씨는 “하루에 약 500잔 정도의 일회용컵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법전원 카페 ‘디케’ 사장 ㄱ씨는 “하루에 판매되는 음료의 90% 이상이 일회용컵으로 나간다”며 “일회용품을 안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카페 ‘아띠’ ‘팬도로시’ ‘지젤’ ‘톰하우스’ ‘데카던스’ ‘나이브 플레이스’의 하루 사용 일회용컵 수를 모두 합하면 약 900개로 추정된다. 나머지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까지 포함하면 우리 대학 내에서만 하루 약 900개 이상의 일회용컵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플라스틱들은 따로 재활용 되지 않고 모두 소각된다. 이는 우리 대학이 계약한 쓰레기 처리 업체가 재활용이 불가능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전북대 카페 아로미마실 내에 있는 해피해빗 다회용컵 반납기. 사진제공 박유빈씨.

반면 전북대학교는 2021년 9월 6일 전주시와 함께하는 ‘다회용 공유컵 사업’을 통해 학내 카페 13곳에 ‘해피해빗 다회용컵’을 도입했다. 다회용컵 한 개에 보증금이 천원이지만 해피해빗 어플로 반납하면 보증금과 탄소포인트 300원 적립이 가능하다. 무인반납기는 학내에 10개가 있다. 전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유빈(문헌정보·21)씨는 “학내 카페뿐만 아니라 학교 밖 인근 카페에서도 다회용컵 사용이 가능한 곳이 많다”며 “컵이 튼튼하고, 반납 과정이 간단해서 좋다”고 말했다. 원광대학교 또한 전북대와 같이 해피해빗 다회용컵을 학내 카페 7곳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는 2022년 4월 1일부터 학내 카페 ‘한라카페테리아’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포장일 경우 다회용컵이나 텀블러 사용만 가능한 것이다. 다회용컵 선택 시에는 보증금을 지불하고, 다회용컵을 반납하면 금액을 돌려받는다. 개인 텀블러 사용 시에는 음료값 500원을 할인받는다. 다회용컵 무인반납기도 학생회관 1층에 있다.

우리 대학은 여전히 “일회용컵 사용 제재”에 그치고 있다. 총무과는 올해 6월 그린캠퍼스 조성을 위한 캠퍼스 내 커피차·푸드트럭 등 진입 제한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일회용품이나 포장재 사용 시 커피차와 푸드트럭의 학내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2023 용봉대동풀이 푸드트럭에서는 일회용품이 사용됐다. 총무과 담당자는 “무조건적인 다회용컵 도입보다 다회용컵 위생 문제에 대한 거부감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며 “우선 텀블러 생활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연대 ㄴ씨는 “학내 많은 사람이 다회용컵을 사용하게 된다면 나도 따라 쓸 것 같다”며 “학내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대 ㄷ씨 또한 “현재 다회용컵을 도입한 여러 사례를 참고해 우리 대학도 다회용컵 사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현(경영·20)씨는 “공대에 위치한 카페에서 빌린 다회용컵을 농대 카페에서 반납해도 된다면 편리해서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회용컵 도입해도 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

생활관 9동 카페 ‘빅스커피’의 손신숙(47) 사장은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설거지 거리가 많아질 테고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며 “그 부분에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스토리움 ‘카페나인틴52’의 직원 ㄹ씨는 “현재도 음료 단체 주문 시 1박 2일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다회용컵을 제공하는데 반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회용컵마저 일회용컵처럼 사용하면 의미가 없다”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홍도 카페 ‘아이엔지’의 최가희(29) 매니저는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운영하면 일회용컵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선거 공약으로 텀블러 세척기 설치를 내세웠으나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윤중(교육·18) 총학생회장은 “텀블러 세척기 청소가 어렵다고 들어서 위생상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검토가 끝나면 내년 1~2월 중에 백도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회용컵 도입도 생각해 보았으나 다회용컵 세척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없는 전남대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 대학 ㅁ씨는 “배달 음식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으나 권유경(경영·22)씨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최낙선 시민생활환경회의 상임이사는 “다회용컵 도입이 당장 조금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고민하는 것은 대학으로서 무책임하다”며 “미래 세대를 고려해 장기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청 인근 공유컵 협약 카페에 있는 다회용컵.
광주광역시청 인근 공유컵 협약 카페에 있는 다회용컵.

광주시 다회용컵 활성화

광주광역시청, 서구청, 동구청, 남구청, 광산구청은 다회용컵 공유 사업을 실시한다. 인근 카페와 협약을 맺어 다회용컵 사용을 장려하는 활성화 사업으로, 모두 비슷한 체계다.

청사 근처에 10곳 이상의 협약 카페가 있으며, 다회용컵과 다회용컵 세척업체를 광주 시청 및 구청들이 카페에 지원한다. 사용된 다회용컵이 카페로 반납되면, 세척업체가 사용된 다회용컵들을 수거 및 세척한다. 이후 세척업체가 세척된 새 다회용컵을 카페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다회용컵 반납함은 모두 청사 내에 위치해 있다. 지난 8일 기준 광주광역시청에 따르면 광주시 전체 다회용컵의 총 이용 횟수는 무려 10만 5천 회다.

광주광역시청 내에는 다회용컵 반납함이 30개 이상으로, 광주시 6개의 청사 중 가장 많았다. 광주광역시청 담당자는 “2024년에는 시민들도 다회용컵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다회용컵 공유 사업을 확대시킬 것이다”며 “다회용컵을 반납하면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다회용컵 보증금제에서 보증금과 더불어 탄소 중립 포인트 300원까지 함께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올해 1월부터 서구 그린컵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구청 자원순환팀장은 “협약 카페에서 다회용컵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다”며 “처음에는 협약 카페가 7곳이었는데 별도의 홍보없이 다회용컵 협약 카페가 15곳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작년 10월 다회용컵을 도입했다. 동구청의 다회용컵 반납함은 다회용컵 이용자가 깨끗하게 세척한 뒤 반납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동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내년에는 다회용컵 반납함도 두 대 더 설치하고, 협약 카페도 10곳 더 모집할 것이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부터 다회용컵 ‘다담컵’ 사용을 시작한 광산구청은 12곳의 인근 카페와 협약을 맺고 있다.

북구청은 따로 청사 근처 카페와 협약을 맺어 다회용컵 공유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 않았다. 북구청 담당자는 “북구청 내에서 자체적으로 다회용컵을 구비해 이용하고 있다”며 “다회용컵 건조기도 청사 내에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 공유컵 이용률은 적어

광주광역시청 인근의 공유컵 협약 카페 5곳을 돌아본 결과, 청사 직원들의 공유컵 이용률은 높으나 여전히 플라스틱 일회용컵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카페 ‘글램데이’ 사장 ㅂ씨는 “공유컵은 반납해야 해서 일반 시민들은 번거로운 과정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청사 직원들은 공유컵을 가져갔다가 퇴근할 때 반납하거나 다음에 카페에 올 때 가져다주는 식이어서 이용이 더 많다”고 말했다.

협약하는 모든 카페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공유컵의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으로 “관리가 힘들다” “공유컵 자체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쌍촌동 카페 사장 ㅅ씨는 “현재 이용하는 공유컵의 컵 뚜껑이 잘 안 열려서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사장 ㅂ씨는 “찬 음료와 따뜻한 음료 모두 같은 공유컵을 이용하는데, 따뜻한 음료를 만들 때 컵이 너무 뜨거워서 불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페 ‘자모크’ 사장 ㅇ씨는 “며칠 전 공유컵을 세척업체에 신청했는데, 행사로 인해 공유컵 수량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카페 입장에서는 공유컵 재고가 유지돼야 음료를 계속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컵 순환 부분이 보완되어야 공유컵이 더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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