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동네, 산수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카페 ‘뭉몽만남’입니다. 저희는 비건 선택이 가능한 메뉴들을 판매하고 테이크아웃 시 일회용컵 대신 손님들이 기증한 텀블러를, 플라스틱 빨대 대신 다회용 빨대를, 그리고 휴지 대신 다회용 와입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저트는 용기를 가져와야만 포장할 수 있습니다. ‘지구자원 구출센터’라는 공간에서는 개인이 제대로 분리배출 하기 힘든 자원을 모아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환경보호가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때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음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월에 오픈해 어느덧 9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제로웨이스트 공간이 문을 닫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오픈한 공간이라 하고픈 일을 해서 행복하지만 현실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텀블러 테이크아웃인데요. 멀리 가거나,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은 반납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음에 올게요”라는 말을 남긴 채 나갑니다. 또한 사람들은 비가 오거나 날이 너무 덥거나 추우면 외출을 자제하는데, 저희는 배달할 수가 없습니다. 텀블러로 배달하면 좋겠지만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또한 다회용기는 위생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있어, 이를 넘어서기 위해 최대한 깨끗이 세척하고 선별합니다. 더 많은 카페와 사람들이 함께하길 바라면서도 과연 일반 카페가 함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북토크에서 만난 알맹상점 고금숙 대표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텀블러가 일회용컵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러니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죠. 그간 다른 누군가가 지속할 수 없다면 ‘실패’인 것인지, 고민하던 중에 들은 말이라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을 만드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현재 가게의 노력만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고객을 잃는 것을 감수하며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일회용품을 규제하고 다회용품 사용에 혜택을 주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백지화하고, 일부 관계자는 가게들에 “이제 일회용품을 사용해도 된다”라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일회용품과 쓰레기가 넘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과 우리들의 미래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는 것인지 걱정스럽습니다.

일회용품 규제가 백지화된 혹독한 현실이지만, 이 공간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함께 상생하는 순간들, 그리고 많은 자원이 순환하고 지구를 보호하는 자부심이 드는 순간들이 모여, 지치다가도 다시 힘을 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로웨이스트 가게들, 그리고 가치를 가진 공간들을 위해 광주와 각 구청이 많은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일회용품 규제를 지금은 철회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결국은 세계적인 흐름, 기후 위기 속에서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공간들이 무너지지 않게끔 도와준다면 언제든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김민서(제로웨이스트 카페 ‘뭉몽만남’ 대표)
김민서(제로웨이스트 카페 ‘뭉몽만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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