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권력이다. 다수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소수 의견을 무력하게 만든다. 학내 강연장 단상 경사로에 대한 문의가 없어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게 학내 담당자들의 주된 입장이었다. 휠체어로 접근이 어려운 강연장 단상만 있는 이유가 그들이 소수인 까닭이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소수인 그들이 강연자로 설 것이라는 인식도 부재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 취재 내용은 달랐다. 취재원들은 “경사로가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며 “이를 임산부, 노인 등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전대신문>이 학내 대형 강연장 14곳을 취재한 결과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강연장 단상은 4곳뿐이다. 4곳 중 하나인 민주마루는 무대 뒤쪽 문으로 휠체어가 접근해야 해서 무대 위로 바로 올라가기 어렵다. 2021년에 리모델링 한 제1학생마루 소강당과 2019년에 리모델링 한 김남주기념홀 단상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다.

광주 주요 공연장을 비롯한 강연장들의 상황은 우리 대학과 달랐다. 문의가 없어도, 아직 경사로 설치 요청이 없어도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갈 수 있는 공간이기에 단상 경사로를 마련한 곳도 있었다.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은 8층 경사로를 통해 휠체어가 좌석은 물론이고 단상에까지 자유롭게 접근 가능 하다.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은 우리 대학 강연장처럼 두 다리로 걷는 비장애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은 취재 간 필자에게 휠체어로 접근하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휠체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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