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설립요건 강화 법제화 필요…기자들 스스로 ‘자율정화결의’ 해야
“존재자체가 해악인 신문은 ‘안보기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만들어야”

<광주일보> 편집국을 찾았다. 동구 금남로 무등빌딩 14층으로 올라갔다. 편집국을 가로지르니 편집국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국장실 안에서는 큰 창문으로 기자들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기자가 <광주일보>를 찾은 날은 대통령 투표가 한창이던 지난 19일 오후 4시였다. 4시를 넘긴 시각, <광주일보> 조경완 편집국장(이하 조)을 만났다. /역은이

기자: <광주일보>는 광주·전남의 대표 신문이다.

조: 1952년 <전남일보>가 생겨나고, 1964년 <전남매일> 창간, 1981년 언론통폐합으로 <광주일보>가 만들어졌다. <광주일보>의 전신인 <전남일보> 창간을 기준으로 <광주일보>는 올해 창간 60주년을 맞았다. 이에 대한 나름의 역사와 자부심도 갖고 있다. 현재 <광주일보>는 5만부를 발행하고 있다. 과거 25만부 발행에서 많이 줄었다. 그래도 20년 넘게 <광주일보>를 꾸준히 사랑해주는 독자들에게 무척 고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매년 20억씩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올해는 6억 적자냈다. 적자폭이 줄고 있어 힘을 내보려 한다.

기자: 지역신문이 창궐한데에 <광주일보> ‘맏형론’이 자주 거론되는데.

조: 동의한다. 전두환 시절 1도 1사 체제 아래, 부끄럽지만 <광주일보>는 정권과 기득권층 이익에 편향된 제작을 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탄압에 억눌린 탓으로, 그 탄압 속에서 안주했던 것이 문제였다. <광주일보>는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1도 1사 체제가 풀리고 자유화가 이루어지니까 ‘제대로 할 말 하겠다’고 하나 둘 매체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러한 매체들의 영속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쉽게 생겨났다 사라졌다. 봉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광주일보>는 맏형 노릇을 제대로 못했고, 형을 능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신문들은 형만 못해버렸다. 이는 지역신문의 불행한 역사다.

기자: 지역신문의 광고 상황도 좋지 않은데.

조: 신문사의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광주일보>의 경우 40%)다. 많은 신문사들이 너도나도 광고를 달라고 광고주를 못살게 하는 형국이다. 예로 건설업주에게 ‘광고 안주면 아파트 현장 찾아가서 민원관련 내용을 기사화시키겠다’고 겁주는 경우도 있다. 광고주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억지광고를 내준다. 이 때문에 광고주는 신문사에 광고를 잘 안하게 되고, 광고비중이 줄어든 지역신문의 악순환은 깊어만 간다.

기자: 기사가 광고에 얼마만큼 영향을 받는지.

조: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신문들은 광고비 때문에 못이기는 척 홍보성 기사를 써주기도 한다. 거짓말로 기사를 쓸 때도 있다. 해선 안 되는 일이다. 이는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문제는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이제는 ‘덥썩덥썩’ 써버리는 경향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경영난의 악화는 발행부수에 영향을 주게 되고, 발행부수가 줄면 광고도 줄고, 광고가 주니 경영은 더 어려워지고, 기자수도 점점 줄어가는 악순환으로 지역신문은 패악을 저지르고 있다. 관공서 광고로 신문사를 연명하는 곳도 많다.

기자: 악순환 속에서 질 좋은 신문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데.

조: 안보면 손해인 그런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독자들에게 콘텐츠로 정면 승부해야지 동정심을 자극해 봐달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지역민이 원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발굴하고 보도하는 것이 지역신문의 역할이다. <광주일보>는 201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맞아 광주 시민 독자들에게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기획기사를 준비 중에 있다. 아시아 문화의 신화, 민담, 풍속, 생활양태 등을 집대성 하여 보여주면 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 개발에도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계획했다. 아시아 문화의 거대 뿌리인 인도로 취재를 가기 위해 3개월간 기자들끼리 공부도 했다(실제로 취재 기자들은 인터뷰 다음날인 20일 인도로 떠났다).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해외파견이라는 투자도 필요하다. 취재지원비로는 2천 4백만 원을 지급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다.

조경완 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는 본지 신원경 기자
조경완 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는 본지 신원경 기자

기자: 지역신문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도 하고 있는데.

조: 지역신문발전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어 취재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가 도와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신문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안 된다.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이 정부의 지원으로 먹고 산다면 언론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언론을 지배하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도 장기화되면 잘못된 전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기자: 매체 수는 엄청나지만 치열한 취재경쟁도 없고, 콘텐츠도 비슷한데다 부실하다.

조: 맞다. 다매체의 역설이다. 서로 좋은 기사를 써야 하는데 부실한 기사를 보도해도 부끄럽지 않게 됐다. 낙종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 ‘나도 영세하고 너도 영세하니’, ‘기자수가 부족해서 쟤들도 못하겠지’ 하는, 부실한 보도를 보고도 서로 안도감을 느끼는 동반 저질화가 지금의 현실이다.

기자: <광주일보>의 인력 수준은 어떤가.

조: 올해 2명의 수습기자와 경력기자 1명을 채용했다. 그리고 현재 48명의 기자들이 있다. 2002년 150명이었던 것에 반해 엄청나게 줄었다. 따라서 자동으로 기자 개인당 맡아야 할 영역이 늘어났다. 하지만 사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분화·확장되어 있다. 질 높은 신문을 생산하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뉴스를 찾아내고 문제를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기자 수가 적다보니 한계가 있다. 기관 보도 자료에 의존해서 그대로 쓰는 정도다. 베껴내는 데 급급한 것이 지금 지역신문의 상황이다. <광주일보>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기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조: 기본소양을 갖추지 못하는 신문, 사실상 운영이 불가한 신문은 폐간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호남에는 3개의 일간지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지방지를 살려야 한다. 존재 자체가 해악인 신문은 정리되어야 한다. 없앨 신문을 없애야 신문을 살릴 수 있다. 먼저 설립에 관한 요건을 강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시설요건, 발행인의 자격조건 등을 엄격히 두는 방안이 있다. 현재는 일간지 발행요건이 관대하다. 두 번째로 깨어있는 시민의 ‘안보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 사이비 기자를 과감히 고발·척결하고, 건강하지 못한 신문을 안보는 것이다. 세 번째로 기자들 스스로 자율정화결의를 해야 한다. 기자들은 신문사의 윤리강령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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