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재무구조…지역민 사랑 없어 위기 악순환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신문산업은 구독률과 열독률 감소, 광고 시장의 축소 그리고 신문의 신뢰도 상실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과 다매체·다채널 시대의 숨 가쁜 매체환경 변화는 신문산업의 사양화와 동일한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위기는 모든 매체가 디지털화 되고, 공룡처럼 거대해진 인터넷에 통합되면서 매체의 경계가 무너져 내리는 이른바 ‘탈경계매체(脫境界媒體)’가 낳은 불가피한 결과다.

지역신문에 초점을 맞추면, 그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신문이 이미 사양산업이 되었고, 언론의 자유가 확보된 1980년대 후반부터 중앙의 3개 메이저 신문들(조선, 중앙, 동아)이 지역신문 시장을 독·과점함으로써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의 수는 줄지 않고 계속 증가해 난립하며 ‘불멸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난립과 포화 상태의 신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역신문은 비정상적인 경영에 익숙해져 있다. 학연과 지연 등 연고주의나 시군단위 지역 지국을 대상으로 떠넘기기식 계약판매를 통한 지대 의존적 신문판매 방식이 그것이다. 지역신문의 비정상적인 신문경쟁은 저널리즘의 위기로 귀결된다.

인구 200만이 되지 않는 전라북도에 11개, 광주·전남에는 16개의 일간지가 발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을 보면, 주간으로 발행되는 시군단위 신문까지 합쳐 인구 5만 미만의 자치단체에서 5개 이상의 신문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친다. 고사 직전의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해 제정된 한시적인 ‘지역신문발전특별지원법’이 시행된 지 8년째 접어들었지만 위기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다. 편집권 독립, 재무구조의 건전성, 시군단위 지국이 지자체를 대상으로 반강제적으로 판매하는 계도지의 포기를 전제로 지원되는 지역신문발전기금도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역신문의 위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궤멸상태’란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지역신문이 풀지 못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외부감사를 받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재무구조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지역 토호들의 건설회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광주·전남의 지역신문들은 사주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데 충실한 나머지 신문기사의 특화와 질을 담보로 하는 정상적인 언론활동과 영업을 하지 못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이곳 지역신문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인건비 지출조차 어려울 정도로 강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신문의 경영압박은 기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고 직업 안정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림으로써 신문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지역신문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은 ‘불굴의 기자혼’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밀착형 보도해야 하지만, 지금도 중앙 일간지를 모방해 서울을 향한 기사와 사설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 지역신문을 신뢰하지 않는 지역의 독자들은 중앙지의 지역판에 나오는 지역 뉴스를 더 선호한다. 지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지역신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의 악순환 속에 빠져 있다.

지역신문 하나를 구독함으로써 전 세계 및 전국적인 정보 그리고 지역정보에 대한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시키려는 지역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지역밀착형 정보 제공만이 지역신문이 살 길이다. 또한 지자체와의 권언유착으로 손쉽게 얻어냈던 관급광고와 계도지 판매에 의존하지 않고, 신문의 질 향상으로 발행부수를 올려 지역신문의 지역의 광고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더 나아가 전문성을 갖춘 능력 있는 기자를 충원하고 기존 언론인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지역성이 강한 기사를 쓰게 하고, 정상적인 영업방식으로 지역독자들의 무관심과 불만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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