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성 기사 찾아보기 힘들어…대부분 관급 자료에 의존

광주·전남의 대표 일간지 광주일보. 광주일보 사무실은 금남로 무등빌딩 14~16층에 있다.
광주·전남의 대표 일간지 광주일보. 광주일보 사무실은 금남로 무등빌딩 14~16층에 있다.

IMF를 기점으로 광주·전남의 지역신문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광고가 넘쳐나 신문을 증면하던 ‘호황기’와는 다르게 신문사는 빚더미에 앉게 되고, 빚만한 부채들로 경영난을 맞게 됐다. 그러면서 건설업체들은 신문사를 싼 값에 사들였다. 현재 광주·전남 일간지의 대부분의 모기업은 건설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보면 <광주일보>의 모기업은 대주건설, <전남매일>은 삼능건설, <광주매일신문>은 남양건설, <전남일보>는 조선내화, <남도일보>는 대지건설이다.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다가 금융위기사태를 맞았고,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지역신문의 재정위기는 심각한 수준에 놓여있다. 신문사에 돈이 없으니 인재를 채용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보수가 적어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젊은이들도 없다. 현재 일간지 신문사 편집국에 20대 기자는 3명이 넘지 않는다.

과거 90년대 편집국의 취재기자만 70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현재는 20명이 조금 넘는 기자들이 일간지 신문을 만들고 있다. 인력이 충분치 못해 한 기자가 여러 개의 꼭지(기사)를 도맡아 쓰거나 기자 한명이 한 면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 출입처에 2~3명의 기자들이 상주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한 기자가 3~4개의 출입처를 관리한다. 더하여 기자가 취재, 편집, 교열까지 모두 부담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질 좋은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특종을 보도하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 또 통신사(연합뉴스 등)와 거의 비슷한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으며 관공서에서 배포된 보도자료 그 이상의, 소위 ‘발로 뛰어 얻어낸 기사’를 찾아보기란 더 어렵다. 관공서에서 발표한 것에 의존한 기사가 많은 것이다.

신문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기자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신문사는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나 문화행사 참여에 열을 올린다. 기자들이 직접 판매·마케팅에 뛰어들기도 한다. 또 광고주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 광고주 입맛에 맞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한다. 한 일간지에서는 상무지구에 위치한 어느 성형외과 홍보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재정적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 신문사들이 지자체들의 지원에 의존하면서부터 지역사회에 대한 비판성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지역사회에 대한 지역신문의 보도 태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입찰로비를 불러일으킨 U대회 턴키제도’, ‘광주시 갬코 사건’ 등을 기자들은 적극적으로 기사화 시키지 못했다. 또 축제 등을 알리는 기사는 대대적으로 크게 실리지만, 이후 축제에 대한 문제 지적 등의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한 기자는 “지역밀착이 아닌 지역유착의 ‘출입처 보호’ 식 기사가 보도되는 와중에 비판기사는 사라지게 됐고 때문에 지역언론은 지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민들의 기대와 여론을 발굴해 보도하는 역할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발로 뛰어 기자의 역량으로 얻어낸 기사가 생산되지 못하니, 당연히 지역신문의 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지역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는 점차 사라지게 되고 봐주는 독자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신문은 악순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신문방송학과의 한 교수는 “항상 보던 정보만 있는 신문을 누가 관심 있게 지켜보겠냐”며 “기자들 스스로도 마인드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의 한 시민도 “지역 어젠다에 대해 기자들 스스로가 관심이 없다”며 “관조적 시각을 가진 기들의 기사가 비판적일리 없다”고 말했다.

지역신문의 구조적 병폐, 기자들의 고충들을 해결할 방도는 어디에 있을까?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껍데기만 신문”이라는 혹평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인력난, 재정난으로 인한 문제, 주요 수입이 광고라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지역 문화와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는 신문을 만들기란 어려움이 따른다. 정책 자료에 의존한 기사, 기자. 어둠의 긴 터널 속을 지역신문은 어떻게 헤쳐 나올 수 있을지, 다음호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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