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kg 무가 가장 맛있어”
영암 무밭, 수익 이유로 대부분 고구마밭으로 바뀌기도
“아삭아삭. 옆에서 가을 무를 씹는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15년간 무 농사를 지어온 조광호(50)씨와 무 판매를 돕는 나눔영농조합의 김영삼(58)씨는 “가을 무는 소화에 탁월해 산삼보다 좋다”고 영암 가을 무가 몸에 좋은 이유를 말했다.
김씨는 “가끔 무를 과일처럼 깎아서 먹는다”며 “초록빛 나는 부분이 그냥 깎아 먹어도 뿌리보다 더 맛있다”고 말했다. 무는 땅에 묻힌 흰 뿌리 부분과 비바람을 이기며 자란 초록빛이 나는 부분, 무 청으로 나뉜다. 김씨는 “너무 큰 무보다 1.8kg 정도의 무가 맛있다”며 “흰 부분과 초록빛 나는 부분의 비율이 비슷한 무를 고르는 게 좋다”고 맛있는 무 고르는 비법을 말했다. 이어 “월출산의 기운을 받아 영암 땅이 좋다”며 “영암에서 무나 고구마같이, 땅에서 자라는 작물이 유명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암에서 무 파종은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한다. 파종 후 90일이 지난 시기가 무를 수확할 적기다. 10월과 11월 시장에서는 11월에 수확하는 영암 가을 무와 10월에 수확하는 강원도 고랭지 무, 12월 초에 수확하는 제주도 월동 무의 무 삼파전이 벌어진다. 김씨는 “비바람이 거세 더 단단한 다른 지역 무들에 밀려 영암 무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영암 무는 서울 가락시장을 비롯해 광주와 수도권의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영암 무는 다 옛말
진도 대파, 해남 배추, 영암 무. 익숙한 옛말을 따라 신선한 영암의 가을 무를 독자에게 소개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영암을 찾았지만, 무 농사짓는 농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가 특산물이라는 영암 신북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무를 기르는 농가를 찾던 중 알게 된 사실은 영암에서 무를 기르는 농가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 어언 10여년이라는 것이었다.
300군데가 넘어갔던 신북면의 무 농가 수도 20여군데로 줄었다. 김씨는 고구마밭을 가리키며 “저곳들이 전부 무밭이었는데 고구마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구마가 무보다 생산비도 덜 들어가고 소비가 많아 소득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과거 주로 작은 농가들이 무를 많이 키웠다”며 “농사도 기업화가 되면서 작은 농가들이 버티기 어려워졌고 무 농가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힘들게 찾은 3만5천평의 땅에서 무 농사를 짓는 조씨지만, 그도 “내년에 무 농사를 지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조씨는 “정성들여서 내 자식처럼 키워도 돈이 안 된다”며 “뭇값이 안정적이지 않아 투자금도 못 찾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무를 키우는 건 쑥쑥 자라나는 무를 보며 느끼는 뿌듯함 때문이다. 조씨는 학생들에게 “쌀밥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금방 힘이 난다”며 “밥을 먹어야 깍두기랑 김치를 먹어서 무가 많이 소비된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