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맛이 약”

“세상에는 먹거리같이 소중한 게 없는 거야. 내가 만든 김치 먹는 사람들 김칫국물이라도 내버리면 나는 다신 안 줘. 그것도 소중하거든.”

광양 다압면에 위치한 청매실 농원을 운영 중인 홍쌍리(81) 대표는 자신을 “매실할 팔자다”고 설명했다. 농사를 시작한 지는 57년이 됐다. 24살에 부산에서 결혼 와서 농사를 처음 배웠다는 홍 대표는 “남들같이 가족들과 여행 한번 못 가고 일만 했다”고 말했다. 시아버지 도움으로 콩 농사짓던 그가 콩밭을 매면 손에 흙과 풀이 묻어 물로는 잘 씻어지지 않았다. 그때 눈에 보이던 매실을 가져와서 매실과 손을 같이 닦으니 손이 깨끗해지는 걸 발견했다.

홍 대표는 이후 돼지기름에 묻은 그릇도 매실로 닦이는 것을 확인하며 “사람 몸속을 씻어주는 청소부 아줌마 되련다”고 생각했다. 당시 돈도 안 되는 매실나무를 밭에 심으니 시어머니에게 돈만 쓰고 미쳤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홍 대표는 “5년이면 꽃 피겠지. 10년이면 소득이 있겠지. 20년이면 세상 사람 내 품에 다 오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매실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매화는 내 딸이고 매실은 내 아들이이야”라며 매화와 대화를 하기도 한다는 홍 대표. “내가 8학년 1반이야. 그런데 내가 이 매실 농원을 진두지휘하잖아. 다 매실할 팔자여서 그래.” 

좋은 매실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묻는 기자의 물음에 “오전에 수확한 매실이 오후에 수확한 것보다 맛있다”며 “한 손에 매실 3개가 꽉 차는 크기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매실은 평균적으로 6월 6일부터 6월 20일까지 수확한다. “매실 씨가 깨질 때는 아미그라딘이라는 독소가 나오기 때문에 그전에 먹어야 한다”며 “신맛이 약이니까 신맛으로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임 형태의 매실인 ‘감로매’를 먹으며 “눈에 보이면 매실을 먹는다”고 말했다. 매실이 가진 효능에 대해서는 “피부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데 피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아마 매실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실을 수확할 때는 청매실 농원에서는 직원 60명 정도가 같이 일한다. 청매실 농원에 있는 매실나무의 수도 10만 그루가 넘는다. “산처럼 비탈길로 되고 나무들이 아프거나 죽으면 다시 심기 때문에 나무의 정확한 수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농사만 지어서 얼마를 버는지는 모른다”며 “1년에 매실 400톤을 수확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농약이 비싼 것을 언급하며 “박사들은 지금 다 뭐하고 있나 모른다”며 “작목이나 제피를 활용해서 천연 농약을 만들면 될 텐데”라며 친환경 농약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농약을 쓰지 않기에 풀 뽑는데 인건비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매실 된장, 매실 고추장, 매실장아찌 등 30개 이상의 매실로 만든 제품도 함께 판매한다. “냉장 보관이라고 쓰여있는데 냉장고에 안 넣어서 뚜껑 열 때 병이 터지는 경우가 있어”라며 벽지나 옷을 버렸다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꼭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홍 대표는 “그렇게 우리가 방부제 안 쓰는 걸 확인한 고객이 단골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판매하는 매실 관련 제품에도 무방부제는 유지한다. “시장에서 파는 빛깔 좋은 된장이랑 우리 매실 된장이랑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두면 우리 된장에만 구더기가 생긴다”며 “구더기도 살고 싶어서 방부제 없는 우리 된장을 먹는 것이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정부가 농사를 지으려는 청년들에게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한다”며 “농사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아름다운 농사꾼이 될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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