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방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
생활관 “구체적인 답변 어렵다”

침대 밑을 닦아낸 물티슈에 곰팡이가 묻어나온 모습

#올해 1학기부터 생활관 9동에서 거주 중인 공과대 ㄱ씨는 장마철이 시작되며 방 벽지가 들뜨고, 얼룩지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 후 방 곳곳에서 곰팡이를 발견했다. 옷장 밖에 걸어둔 패딩, 침대 밑 수납장에 넣어둔 옷과 가방 등 모든 물건에 곰팡이가 핀 것이다. 그는 모든 물건을 꺼내서 청소했으나 이후에도 곰팡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ㄱ씨는 몇몇 물건과 옷가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2주간의 장기 외출을 마치고 생활관 9동에 돌아온 오신영(문화인류고고·21)씨는 이불, 베개 등 여러 물건에 핀 곰팡이를 발견했다. 함께 방에 거주하는 룸메이트는 환기도 시키고, 에어컨을 틀어놓기도 했다고 했지만 곰팡이는 벽지에도 존재했다. 3년째 생활관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오씨 또한 여러 생활용품을 버렸다. 결국 장마철이 지나갈 때까지 나주 집에서 통학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관 9동에 핀 곰팡이로 학생들이 겪는 피해가 7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곰팡이 문제는 주로 ‘막막하다’ ‘아찔하다’는 말로 표현됐다. 학생들은 곰팡이가 피는 원인으로 에어컨에 제습 기능이 없는 점과 에어컨이 중앙제어라 온도 설정이 자유롭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1학기부터 생활관 9동에 거주 중인 경영대 ㄴ씨는 “제습이 안 되는 에어컨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에어컨을 틀면 오히려 습도가 높아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공과대 ㄱ씨는 “작년에 생활관 5동에서 살았을 때는 에어컨이 중앙제어가 아니라 자유롭게 온도 조절이 가능했다”며 “시원하고 습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금은 에어컨을 제습으로 틀 수도 없고, 제습기를 살 경제적 여건도 되지 않는데 비가 자주 내려 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생활관 책상 뒤 벽에 곰팡이가 핀 모습(독자 제공)

학생들의 피해와 불편에 대해 생활관 측은 요구하는 학생에 한해 곰팡이를 닦는 수준으로 방을 청소해 주었다. 그러나 ㄱ씨와 ㄴ씨 모두 “청소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며 “새로운 장소에서 계속해서 곰팡이가 피고 있다”고 말했다. 사범대 ㄷ씨는 “학생들이 늘 생활관 습도가 높다고 말해도 에어컨을 자주 켜지 말라고 하거나 창문을 잘 닫으라고 공지 글만 올리는 식이다”며 “이는 모두 학생들도 해본 처사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말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 뭔가를 바라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생활관은 지난 8월 2일 ‘여름철 쾌적한 생활관 만들기’라는 공지 글을 게시했다. 이어 22일에는 생활관 반입 가능 물품으로 제습기를 추가했다. 그러나 제습기는 행정실 승인 후 사용 가능하다.

선효은(농업경제·20) 총학생회 복지국장은 자신도 “생활관에 거주하고 있어 세탁물이나 벽지에 핀 곰팡이로 피해를 입었다”며 “생활관 행정실과 간담회를 진행해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 환경 특성상 습기나 곰팡이 문제를 바로 개선하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며 “장마철에 제습제를 무료 배포하는 방안에 대해 생활관 행정실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생활관 측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민감한 사안이라 현재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으나 지난 4일 입주실 곰팡이 관련 사과문을 공지사항에 게시했다. 생활관 측은 사과문에서 “습기 제거가 필요한 호실에 제습제(물먹는 하마)와 물티슈를 제공하고, 매월 정기점검을 통해 곰팡이 오염이 심한 호실을 우선으로 부분 도배를 실시할 예정이다”며 “환풍시설 설치 등의 장기적인 조치도 함께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습제 배부, 입주실 부분 도배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이어 5일에는 생활관 거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지에서 “10월 정기점검 결과 다수의 호실에서 곰팡이 오염이 발견됨에 따라 관리사무실 측에서 재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ㄱ씨는 “학생들의 피해에 대해 생활관 측은 배상도, 제습기 도입이나 에어컨 교체 등의 해답도 없다”며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관 의자와 가방에 곰팡이가 핀 모습(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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