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공론장 역할 할 수 있나?
“불필요할 정도로 서로 공격해”
혐오의 장 에타 “극단적 성격 강해”

대학생들이 느끼는 학내 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공간인 에브리타임(에타)이 혐오의 장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에타를 이용 중인 신승영(행정·21)씨는 “공론장은 긍정적이고 대학 내 변화를 가져올 만한 논의가 이뤄지는 곳인데 에타는 서로를 향한 혐오와 공격에 집중 된 느낌이다”며 “분란을 조장하는 글을 제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 긍정적인 공론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타는 ‘익명성’에 기반한 커뮤니티로, 익명 시스템은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특정할 수 없게 하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김선미(국어교육·17)씨는 “에타에서 익명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어서인지 혐오표현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며 “서로 비방하고 거짓으로 헐뜯는 일에 대한 제재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익명성에 숨은 혐오표현


많은 공감을 받은 게시물이 모여 있는 베스트 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페미들 박멸해야 한다” “짱깨 나가라” 등의 혐오표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혐오표현이란 성별, 장애,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 모욕, 비하 또는 폭력을 선동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조장하는 효과가 있는 표현이다. 이 아무개(일어일문·20)씨는 “기숙사와 관련해 외국인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의 게시글을 자주 봤다”며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커뮤니티에서 하는 모습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에타 내 혐오표현에 불쾌감을 느껴 어플을 지운 사람이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에타에 접속하면 “중국인 분리시켜라” “냄새나는 외국인 룸메” 등 교내 유학생을 향한 혐오표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강민(중어중문·20)씨는 “에타에서 혐오표현을 많이 접했을 때 현실에서는 뱉지 않는 말을 익명을 빌려 하는 것 같아 한심해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4일 광주캠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중국인 한국인들 싫으면 오지마”는 133개의 좋아요와 35개 이상의 댓글(5월 11일 기준)을 받았다. 당시 이 게시물은“중꿔 out” “웨이보나 하고 놀아” 등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혐오표현 댓글이 많이 달렸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재까지 베스트 게시판에 남아 있다.

여성혐오 난무한 게시글

이는 외국인 유학생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에타는 익명성에 기대, 인종·성별·외모 등 광범위한 혐오표현이 남발되는 공간으로 인식되며, 여성혐오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에타에 들어가기만 해도 “골빈X” “메갈” “꼴페미” 등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일 광주캠 자유게시판에 “한녀 왜 만남, 예쁘고 착한 스시녀 있는데”라는 여성 혐오적인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서는 상대의 부모님을 비하하는 발언이 오가며 “글에서 혐오가 느껴진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 신씨는 “핫 게시판에 들어가면 혐오표현도 많고 싸우는 주제도 다양하다”며 “사람들이 불필요할 정도로 서로에게 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징집과 복무기간 확대 논의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 지난 5월 11일 에타 내 광주캠 자유게시판에는 기사 캡쳐본과 함께 “여성 징병 동의 안 하면 적군한테 강간당할 거 각오하는 거겠지?”와 같은 게시물이 당일 핫 게시판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민건(경제·20)씨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혐오표현을 접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혐오표현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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